청와대는 25일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짧은 입장을 내놨다. ‘도발’이나 ‘유감’ ‘규탄’ 등 북한을 자극할 만한 표현은 피했다. 북한이 도발 수위를 아직은 조절 중이라는 점, 남북 대화의 불씨를 꺼트리지 말아야 한다는 점에서 ‘온건한 대응’을 선택한 것이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9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소집해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부터 약 2시간 만이다. 청와대는 회의 브리핑에서 “NSC 상임위원들은 미국의 대북 정책 검토가 진행되는 가운데 미사일 발사가 이뤄진 점에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며 “미국을 비롯한 유관국들과 발사의 배경과 의도를 정밀 분석하면서 관련 협의를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청와대와 정부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에 우선 순위를 두고 대응 수위를 조절했다. "깊은 우려 표명"은 지난해 6월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 폭파 때("강력한 유감")나, 9월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당시(“단호히 대응”)보다 상대적으로 온건한 반응이다.
‘탄도 미사일’은 거명하지도 않았다. 일본 정부가 발사 직후 북한의 발사체를 탄도미사일로 규정하고 북한을 규탄한 것과 대비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어떤 경우에도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 안 된다는 입장에서 남북관계 발전 노력을 일관되게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북한의 무력 시위는 당청에 정치적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향한 신뢰가 무너졌고,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도 내림세다. 여권엔 '한반도 평화'를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분위기 쇄신 카드로 보는 시각이 있었지만, 북한이 호응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16일 한미 연합훈련을 겨냥해 “임기 말기에 들어선 남조선당국의 앞길이 무척 고통스럽고 편안치 못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은 좀처럼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임기 말을 앞둔 청와대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