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와 함께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고 정권 교체의 교두보를 놓을 사람은 누굽니까!"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25일 국민의힘 유세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야권 후보 단일화 경쟁자였던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의 손을 번쩍 들어올리며 이렇게 외쳤다. 이어 다시 소리를 높였다. "정권 교체를 위해선 목이 터지더라도 오 후보의 이름을 백번, 천번 외치겠습니다!"
안 대표의 연설은 서울 중구 대한문 앞 유세의 하이라이트였다. 그가 연단에 오르자 "최고다" "멋있다"라는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는 오 후보 지지를 부탁하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지난 3개월간 야권 단일화 레이스 1위 주자로서, 안 대표는 본선 준비를 '열심히' 했다. 오 후보를 꺾자 마자 유세전에 바로 뛰어들기 위해 유세차량 업체를 섭외해 뒀고, 플래카드와 포스터 시안도 준비했다. '정권 교체 교두보가 되겠다'는 의지가 담긴 슬로건 문구도 2가지 안을 만들어 뒀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안 대표가 오 후보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긴 어렵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많았다. 단일 후보가 결정된 지난 23일 오 후보와 안 대표의 동반 기자회견이 무산되자 우려가 더 커졌다.
예상은 깨졌다. 안 대표는 24일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국민의힘 상징 색인 빨강 넥타이를 매고 등장한 데 이어,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선거 현장을 누비기로 했다. 안 대표 측 인사는 "아름다운 단일화의 모습을 보여드릴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안 대표 측이 기대보다 적극적이라 놀랐다"고 했다.
안 대표는 껄끄러운 사이인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유세 현장에서 스쳤다. 두 사람은 대화 없이 가벼운 악수만 나눴다. 김 위원장은 다음 일정에 가야 한다면서 안 대표가 지지 연설을 하는 도중에 자리를 떴다. '패자' 안 대표의 광폭 행보가 차기 대선을 포석에 둔 것으로 해석되자, 김 위원장은 24일 언론 인터뷰에서 "안 대표가 차기 대선에 나오면 정권교체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거듭 견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