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현복 전남 광양시장과 가족이 시내에 보유한 토지 일대에 도로가 신설되고 아파트 건립이 예정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정 시장 측은 시장이 되기 전부터 수십 년 간 보유해온 땅으로 내부정보를 미리 알고 개발 부지를 사들이는 투기 행위와는 거리가 멀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개발사업 결정권자인 지방자치단체장이 관할 지역에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 자체가 이해 충돌 소지가 있는 데다가 만약 사업 부지 선정에 관여했거나 정보를 미리 알았다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광양시는 광양읍 칠성리에 소방도로 성격의 2차선 도로(소로 2-84호선)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곳은 정 시장과 아들이 보유한 토지가 있는 곳으로, 도로는 이들 부자의 땅을 관통한다. 이 때문에 정 시장이 보유한 토지 569㎡ 중 108㎡가, 아들 소유 토지는 423㎡ 중 307㎡가 각각 수용돼 보상이 이뤄졌다.
광양시가 수용 부지에 대해 공시지가의 2.5~3배를 보상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 시장은 2억 원대 초반, 아들은 5억 원 안팎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며, 수용된 토지에 있던 상가와 사무실 등 건축물까지 포함하면 보상금 총액은 이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 도로가 나면서 정 시장 가족의 토지 가치가 더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역 부동산 관계자는 "칠성리 중에서도 대로변과 가까운 땅인데, 이번에 도로까지 새로 나면서 지가가 오르지 않겠냐"고 말했다.
광양시가 이 도로를 도시계획시설 정비안에 포함한 것은 2016년 11월로, 재선인 정 시장의 첫 임기(2014~2018년) 때다. 시는 2019년 12월 해당 사업의 실시 계획을 인가하고 지난해 10월 공사에 착수했다. 도로 건설 계획부터 시행까지 모두 정 시장 임기에 이뤄진 셈이다.
더구나 이 도로 인근 부지에는 행복주택이 들어설 예정이다. 시가 신혼부부, 사회초년생을 위해 칠성리 일원 3,643㎡에 건립하는 공동 임대주택으로, 2개동 150가구가 조성될 예정이다.
시민들은 석연치 않다는 반응이다. 도로의 경우 가까이에 4차선 도로가 있어 꼭 필요한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칠성리 주민 박모(58)씨는 "3년 전쯤 소방도로가 많이 생겨 그곳에 도로가 꼭 있어야 하는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행복주택에 대해선 일대 주민 대다수가 70, 80대 노인층이라 청년층 거주 수요가 많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주민은 "일자리도 없고 상권도 죽은 곳인데 왜 청년들이 이 동네에 와서 살겠냐"고 반문했다. 지난해 3월 광양시의회에서도 "잠잘 방만 있다고 청년들이 (광양으로) 오는 게 아닌데 이 사업을 해야만 되느냐"고 시를 질타하기도 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광양시는 정 시장이 41년 전부터 칠성리 일대에 토지를 소유해 왔으며 이 지역에선 예전부터 도로를 내달라는 주민들의 민원이 많았다고 해명했다. 또 보상 단계에서야 해당 부지가 시장 일가 소유라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지, 계획 단계에서는 소유주를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정 시장 보유 토지를 둘러싼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정 시장이 1990년 전후 소유한 광양시 성황동 토지 2곳(2,054㎡)은 유명 브랜드 아파트가 들어설 곳으로 각각 올해 하반기와 내년 준공을 앞두고 있다. 이들 부지가 포함된 성황지구는 정 시장이 부시장이던 2009년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된 이래 개발 작업이 지지부진하다가 정 시장 취임 이후인 2015년 보상 협의가 시작됐고 이듬해에 개발이 시작됐다. 정 시장 일가가 임야 등을 소유한 옥룡면 용곡리 일대 인근에도 한옥마을인 옥룡 왕금지구 전원마을 조성사업이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시장 일가 소유 대부분의 토지 부근에서 개발사업이 진행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