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증 소년이 1년간 기록한 자연 예찬

입력
2021.03.25 14:33
18면


아일랜드 출신 15세 자연주의자 다라 매커널티는 환경운동가이자 에세이 작가다. ‘환경영웅’ 그레타 툰베리와는 닮은 듯 다르다. 툰베리가 혁명가라면, 그는 시인이다. 툰베리가 등교를 거부하며 의회 앞에서 시위할 때 그는 자폐증이 있다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했고, 툰베리가 유엔에서 연설할 때 그는 야생에서 자연과 소통했다. 이 책은 매커널티가 정원과 야생에서 직접 마주한 것들을 자신의 언어로 써내려간 1년의 기록이다.

형식만 보면 일상의 소소한 기록을 담은 일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분량도 내용도 들쭉날쭉하다. 애초에 책을 펴내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한 게 아니라 누군가와 공유할 생각 없이 블로그에 글을 올리다 책을 쓰게 됐기 때문이다. 불안과 상처 속에서 방황하던 소년은 자연을 관찰한 내용을 글로 쓰며 위로와 안정을 되찾았다. “한 단락도 제대로 써내지 못할 것”이라는 학교 선생님의 악담에도 매커널티의 글은 책으로 출간돼 세상을 감동시켰다. 문학적이지만 젠체하지 않고 열정적이지만 설교하지 않는 그의 글에선 꾸밈 없는 진심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봄이 피어나기 시작하는 춘분에서 시작한 책은 사계절을 돌아 다시 춘분에서 끝난다. 다르다는 이유로 비웃음의 대상이 되던 소년은 야생 동물을 관찰하며 피로와 분노를 떨쳐낸다. 탈진과 싸우며 매일 수백㎞를 나는 제비의 투지와 회복력을 생각하며 일상의 불안, 걱정과 싸울 용기를 얻는다.


매커널티는 다섯 명 중 아버지를 제외한 네 명이 자폐증을 앓는 가족에서 자랐다. 남들은 장애라 하지만 그에게 자폐는 때로 힘이 되기도 한다. 자폐 스펙트럼 덕에 그는 모든 것을 한층 예민하고 강하게 느낀다. "기쁨을 거르는 필터가 없어서" 자연과 함께할 때면 행복의 파도 위에서 실컷 넘실거리기도 한다. 저자의 글이 유난히 섬세하고 따뜻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환경문제의 핵심이 인간과 자연의 단절이라 여기는 매커널티는 “참나무가 생태계와 연결된 방식으로 우리도 참나무와 연결되어 있다면 좋을 텐데”라며 한숨을 쉰다. 자연에 무해한 존재가 되고픈 자연주의자 소년이 끊임없이 자연과 연결되고자 애쓰는 모습은, 인간이 다른 사람들은 물론 자연의 수많은 존재들과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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