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코하마 참사…한국은  돈 말고 무엇을 얻었나

입력
2021.03.25 21:49
22면
10년 만의 한일 친선전
 무기력한 경기 끝에 0-3 완패


무엇을 얻은 경기였나. 대한축구협회에 많은 고민을 안긴 일본과의 평가전이었다. 파울루 벤투(52) 감독이 내세운 2022 카타르월드컵 2차 예선 대비란 명분이 흐려진 상황에서 무기력한 경기 끝에 완패했다. 결과적으로 승패와 경기 내용만큼이나 이런 평가전 제안을 거절할 수 있는 여건을 차근히 만들어가야 할 계기로 삼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25일 일본 요코하마 닛산 스타디움에서 열린 80번째 한일전에서 0-3으로 패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A매치가 줄줄이 취소되며 팍팍해진 협회 살림살이엔 숨통이 틔었을 평가전이었다지만, 경기 직전까지 코로나19 불안감을 씻지 못했다

대표팀에 선발됐던 주세종(31·감바 오사카)의 코로나19 확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데 이어, 일본의 코치는 물론 한국 선수단 숙소 경비담당자의 코로나19 확진 등 변수가 튀어 나왔다. 2주의 잠복기가 고려되지 않은 방역시스템 속에 선수간 전염 가능성도 온전히 차단되지 않은 환경 속에 경기가 마무리됐다.

일단 경기 결과부터 처참했다. 2011년 8월 삿포로(0-3 패배) 경기 이후 10년 만에 열린 친선전에서 또 3골차 완패를 당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한일전에서 3골차 이상으로 패한 건 1974년 9월 도쿄에서 열린 정기전(1-4), 삿포로 평가전 이후 세 번째다. 통산 전적은 42승23무15패가 됐다.


이날 한국은 손흥민(29·토트넘) 황의조(29·보르도) 황희찬(25·라이프치히) 등 핵심 공격라인 소집이 불발된 가운데 이강인(20·발렌시아), 나상호(25·FC서울) 등으로 공격진을 꾸렸고, 조현우(30) 이동준(24) 원두재(24) 등 소집된 7명의 울산 선수 가운데 5명을 선발로 내세웠다. 특히 홍명보 울산 감독이 부상이라고 걱정했던 홍철(31)까지 선발로 내세웠다.

경기 내내 수비진이 불안함을 수 차례 드러내며 내리 3실점했다. 전반 16분 야마네 미키(27·가와사키)가 페널티 박스 오른쪽 지점에서 오른발로 때린 슈팅이 크로스 바에 맞고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전반 27분엔 다마다 다이치(24·프랑크푸르트)의 오른발 슛이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후반 들어 분전하는 듯 했던 한국은, 그러나 이렇다 할 결정적 득점 기회조차 맞아보지 못한 채 후반 37분 쐐기 골을 얻어맞았다. 선수 교체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미나미노 다쿠미(26·사우샘프턴)의 코너킥을 엔도 와타루(28·신트트라위던)가 머리로 넣었다.

패배의 아픔보다 K리그 재개 시점까지 확진자가 나오지 않길 바라는 상황에 놓인 게 더 서글프다. 국내파 선수들은 16일 귀국 직후 파주 축구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에서 7일간 자가격리에 돌입하는데, 만일 한 명의 확진자라도 발생한다면 리그 일정은 엉망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안타깝게도 이날 경기장에서 일본이 보여준 방역 지침은 ‘안전제일’보다 ‘도쿄올림픽 개최 실험’에 가까웠다. 7만2,327석 관중석 전체에 고르게 퍼져 있을 거라 예상됐던 관중은 아래층에만 오밀조밀 모여 있었고, 경기 전 중계화면엔 볶음우동을 취식하는 장면이 비춰졌다. 국내 대회에선 상상도 어려운 장면들이었다.

이미 K리그에 대한 배려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평가전 성사 과정을 비롯해 선수 차출 과정에서의 소통 논란, 특정팀에 쏠린 차출 명단 등 숱한 논란이 일었던 터라 확진자가 단 한 명만 나오더라도 돌이키기 힘든 과오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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