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동맹국에 미국과 중국 중 양자택일을 강요하진 않겠다고 강조했다. 미국과의 동맹은 물론 중국 영향력을 함께 고려할 수밖에 없는 한국 정부 입장에서 다소 숨통이 트일지 주목된다.
블링컨 장관은 2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본부에서 연설을 통해 “우리는 동맹국들이 중국과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며 “미국은 동맹국들이 ‘우리 아니면 그들(중국)’을 선택하도록 강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중국의 강압적인 행위가 집단 안보와 번영을 위협한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거나 “중국이 서방 민주국가들을 약화하려 한다”고 각을 세우면서도, “이것은 각국이 중국과 가능한 상황에서 협력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협력이 필요한 대표적인 분야로는 기후변화 문제를 꼽았다.
이는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사뭇 다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유럽 동맹국이 보다 더 확실하게 미국 편에 서서 강경한 대중 노선을 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그러나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은 그간 미중 사이에서 어느 누구의 편도 확실히 들지 않고 전략적 균형을 유지하려 노력해 왔다. 블링컨 장관의 이번 발언으로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고 한반도 문제와 관련, 중국 측의 대북 영향력을 고려해온 우리 정부 입장에서도 운신의 폭이 다소 넓어지게 됐다.
블링컨 장관은 5세대(G) 통신 분야에서 중국의 기술이 감시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하며, 한국 등과 함께 맞대응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우리는 스웨덴 핀란드 한국 같은 나라들의 기술 기업을 한데 모으고,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대안을 육성하기 위해 공공, 민간 투자를 이용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호세프 보렐 EU 외교ㆍ안보 정책 고위대표와 예정된 회동에서도 중국 문제를 거론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25일 EU 회원국 정상들의 화상 회의에 참석해 의견을 나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