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실패, 인종차별, 총기 사고…" 美 인권 공격에 똑같이 반격한 中

입력
2021.03.25 00:50
'미국 인권침해 보고서'서 조목조목 실태 열거
"자국 우선주의 고집하는 말썽꾼" 노골적 비난

자국 인권 탄압을 지적하는 미국의 공격에 중국이 똑같이 인권으로 반격했다. 미국의 인권 침해 실태를 폭로하는 연례 보고서를 통해서다. 미국이 다른 나라에 이래라저래라 할 처지가 아니라는 게 중국의 면박이다.

중국중앙(CC)TV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은 24일 ‘2020년 미국 인권침해 보고서’를 발표했다. 중국은 1999년부터 매년 미국 인권 관련 보고서를 발간해 왔는데, 2019년부터는 ‘미국 인권침해 보고서’라는 명칭을 쓰고 있다.

약 1만5,000자 분량인 이 보고서에는 미국 내 인권 침해 사례가 조목조목 열거돼 있다. 대표적인 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실패다. 보고서는 “미국은 인구가 전 세계 인구의 5%에 불과하지만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세계 확진자 수의 25%, 사망자 수는 20%를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를 통제하지 못하는 바람에 인권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인종차별도 거론됐다. “미국의 소수인종들이 체계적인 차별을 당해 처지가 나빠졌다”는 것이다. 특히 25%의 아시아계 청년들이 인종차별 대상이 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부연했다.

지속적으로 벌어지는 총기 사고도 도마에 올랐다. 보고서는 “2020년 미국의 총기 사건 발생 건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사람들은 안정적인 사회 질서 유지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고 있다”며 “4만1,500명이 총기 사건으로 숨졌는데 매일 110여명이 목숨을 잃은 셈”이라고 분석했다.

이 밖에 보고서는 △미국식 민주주의 무질서로 정치적 혼란이 조성됐고 △계속된 사회 혼란이 사회 안정을 훼손했으며 △심각해진 빈부 격차가 불공평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또 “세계가 단합해 코로나19에 대응해야 할 시기에 미국은 자국 우선주의를 고집하고 고립주의와 일방주의를 표방한다”며 “제재의 몽둥이까지 휘둘러 세계의 안보를 위협하는 말썽꾼이 됐다”고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이번 보고서는 22일 미국이 유럽연합(EU) 등과 서방 국가들과 함께 중국 신장 위구르 소수민족 인권 탄압을 문제 삼으며 중국에 동시다발적 제재를 가한 직후 공개됐다. 18, 19일 미 알래스카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2+2 회담’ 뒤 인권을 놓고 벌어지는 양국 간 갈등의 전선이 넓어지고 수위가 높아지는 양상이다.

권경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