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 발사’ 포착하고도 쉬쉬한 한미… 왜 숨겼고 어떻게 공개됐나

입력
2021.03.2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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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21일 서해상으로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한미 군 당국이나 북한 매체의 발표가 아닌 발사 사흘 뒤인 24일 외신 보도가 계기였다. 한미 군 당국이 당시 북한 동향을 파악하고 있었음에도 언론 보도로 '뒷북 확인'에 나선 것은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더욱이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후 첫 미사일 발사에다 한미연합군사연습(8~18일)과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담(17, 18일) 개최로 도발이 예상된 시기였던 점을 감안하면 공개할 필요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신 보도 후 한미 군 당국 ‘뒷북 확인’ 나서

합동참모본부는 24일 오전 10시 "우리 군은 한미 간 긴밀한 공조하에 21일 오전 북한 평안남도 온천 일대에서 순항미사일로 추정되는 2발의 미사일 발사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발사 시간이나 사거리 등 제원에 대해선 "분석 중"이라며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 핵 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과 달리 위협도가 떨어지는 순항미사일 발사는 대체로 공개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존 서플 미 국방부 대변인도 보도 직후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의 도발과 관련해 "지난 주말에 우리가 추적한 미사일이 적어도 1발 있다"고 확인했다.

북한 미사일 발사를 파악하고 있던 한미 군 당국이 사흘간 함구한 것은 이번 사안을 비공개하기로 사전 합의했기 때문이었다. 국회 정보위원회 야당 간사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정보 당국의 보고에 따르면 한미 군 당국은 당시 파악하고 있었는데 발표하지 않기로 서로 합의했다"며 "과거에도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한미 간 합의로 발표하지 않은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한미 군 당국은 보조를 맞춘 듯 이번 발사에 대한 평가를 유보했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의 도발로 보느냐'는 질문에 "현재 미사일 사거리와 제원을 분석 중으로 어떤 평가를 내릴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고 즉답을 피했다. 미국 고위 당국자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비공개하기로 한 사안을 미국이 언론에 흘린 배경은 의문이다. 최근까지 북한과의 접촉을 시도한 미국이 상황 관리를 위해 '대화의 문을 닫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파괴력 적다지만... 軍 작년 4월엔 상세 공개

합참 관계자는 이날 북한 동향을 비공개로 한 것에 대해 "군이 북한 관련 정보를 모두 공개하는 건 아니다"라며 "보호해야 할 가치와 정보, 국민의 알 권리, 국민 안전 등을 고려해 설명할 부분은 설명하고 보호할 부분은 보호한다"고 밝혔다. 탄도미사일에 비해 파괴력이 적은 순항미사일 발사에 대해선 통상 비공개가 관례였고, 한미 군 당국의 감시능력이 노출될 위험이 있는 경우 비공개할 수 있다는 뜻이다.

북한 도발에 적극 대응한 보수 정권도 마찬가지였다. 박근혜 정부 당시 합참 관계자는 "중량감 있는 탄두를 달고 수천㎞를 쏘는 탄도미사일과 달리 사거리가 100~200㎞에 불과한 순항미사일은 도발이나 위협으로 규정해 공개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군은 지난해 4·15 총선 하루 전날인 4월 14일 북한이 강원 문천 일대에서 단거리 순항미사일로 추정되는 미사일 발사 사실을 상세히 공개했다. 합참 관계자는 "당시는 순항미사일 발사뿐 아니라 수호이 계열 전투기의 공대지 활동이 포착되는 등 전반적인 도발 징후로 판단돼 이례적으로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관했으나 이번엔 현장에 없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군 당국의 '선택적 공개'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현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 시도를 지나치게 의식해 수위를 조절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사거리가 짧은 순항미사일 발사는 유엔 결의 위반은 아니지만 한반도를 타격하는 무기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육군 중장 출신인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북한이 발사한 것은 지난 1월 열병식에서 공개했던 신형 중·장거리 순항미사일일 가능성이 높다"며 "우리 안보에 직접적 위협이 되는 것인데, 나라와 국민 안전이 걸린 중요한 정보를 외신을 통해 알아야 하는 지경이 됐다"고 비판했다.

정승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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