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3일 “박원순이 그렇게 몹쓸 사람이었나”라며 그를 두둔하더니 다음 날인 24일에도 “박원순 시장 시절 안전과 복지가 두드러졌다”고 그를 칭송했다. 박 전 시장 성폭력 피해자가 2차 가해를 멈춰 달라고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이 불과 일주일 전인데, 피해자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는 모습이다. 안 그래도 심각한 2차 가해의 판을 깔아주는 셈이다. 심각성을 모르는지 여권 인사들이 ‘박원순 감싸기’를 반복하는 것이 절망스러울 뿐이다.
임 전 실장은 그저 박 전 시장의 업적을 언급했을 뿐이라고 주장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의 성범죄로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지금 맥락을 무시한 박 전 시장 띄우기는 피해자의 고통을 외면한 점에서 부적절하며, 지지층 결집을 겨냥한 점에서 반시대적이고 실패한 전략이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예비경선에서 우상호 예비후보가 박 전 시장을 롤모델로 공언한 것,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피해호소인' 호칭을 고집한 고민정 의원의 캠프 직책 사퇴에 "통증이 가슴을 뚫고 지나간다"고 말한 것 또한 다르지 않다. 유력 정치인들이 반성하고 사과하기는커녕 박 전 시장을 칭송하는 분위기이니 인터넷 매체 기자가 피해를 부정하는 책을 내고, 김어준씨는 방송에서 피해자의 기자회견을 “정치 행위”라고 비난하는 것 아닌가. 이런 2차 가해 분위기에 정녕 책임이 없나.
박 전 시장의 공을 평가한다고 해서 국가기관이 조사하고 인정한 성희롱 사실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그런데도 몇몇 여권 인사들은 여전히 ‘큰일 하는 남자’의 ‘사소한 흠결’로 여기는 듯하다. 이런 시대착오적 인식으로는 민주당의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서울시장 선거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박 전 시장에 동정적인 지지층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20대 여성 등 민주당에 우호적이었다가 등 돌린 유권자층이 더 많을 것이다. 진정 박 전 시장을 '가장 진취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지금 시대에 필요한 진취성을 새기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