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표 '인권수사 개선책'

입력
2021.03.24 18:00
26면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1ᆞ2기 법무ᆞ검찰개혁위원회가 2년간 의결한 권고안은 39건이다. 법무부 탈검찰화 방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안,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 굵직한 제도 변화부터 검찰 수사관행 및 조직문화 개선까지 법무ᆞ검찰 개혁 관련 제안들이 망라됐다. 그중 검찰의 인권 침해 수사 근절을 위한 관련 제도 개선 권고안만 5건이다.

□ 변호인 참석 불허 상태에서의 피의자 면담 금지, 심야ᆞ압박 수사 금지, 피의자 메모권 보장, 피의자 출석 시 관련사항 기재 후 기록 편철, 영상ᆞ진술녹음 조사 원칙화, ‘양면 모니터’를 통한 피의자의 조서 내용 실시간 확인, 피의자 신문 중 변호인 조언ᆞ상담권 및 의견진술권 보장 등. 이 중 이행된 것도 있지만 여전히 ‘검토 중’ 사안도 상당수다.

□ 2기 위원회는 지난해 4월 ‘교정시설 수용자의 검사실 출석조사 관행 및 남용 개선’에 관한 16차 권고안을 내놓았다. 수용자 조사는 방문조사, 원격 화상조사를 원칙으로 하고 검사실 출석조사는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로 제한했다. 반복적 출석조사는 금지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한명숙 전 총리 사건 수사 관련 감찰을 통해 검찰 직접수사의 인권 침해 문제점을 찾아 마련하겠다는 “실효적 개선책”들은 이미 1년 전 충분한 논의를 거쳐 법무부에 제시됐던 셈이다.

□ 2기 위원회 권고가 있자 지난해 6월 당시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은 인권수사 방안을 찾기 위한 TF를 각각 발족시켰다. 석달 뒤 법무부 TF는 ‘제보 청취, 별건 수사를 위한 수용자 조사 시 사전보고 의무화’ 등의 개선책을 내놓았다. 대검은 이 중 법령 개정이 필요 없는 개선책의 즉각 시행을 일선에 지시했다. 박 장관이 검찰 직접수사 폐해 및 인권 침해 근절을 지상목표로 삼았다면 검찰의 기존 개선책 이행 여부부터 점검했어야 했다. 그런 절차를 생략하고 현 수사환경에 대한 고려도 없이 10년 전 한 전 총리 사건만 콕 집어 ‘인권 침해 감찰’ ‘제도 개선’ 운운하니 ‘정치적 감찰’ 비판이 나오는 것 아닐까. 정치인 장관의 서슬에 기존 수사관행 개선안이 정착도, 시행도 되기 전에 또 다른 개선안을 찾아야 하는 게 작금의 검찰 현실이다.

황상진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