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통 인형 '온델온델(ondel ondel)'이 거리에서 퇴출된다. 구걸로 변질된 전통문화의 위상을 되찾기 위한 조치다.
24일 CNN인도네시아에 따르면 자카르타주정부는 온델온델 인형을 쓰고 거리에서 돈을 달라고 요구하는 행위를 금지할 예정이다. 자카르타 경찰은 처벌 규정 마련에 착수했다. 일반적으로 구걸 행위를 하다 걸리면 최고 60일의 징역형이나 2,000만 루피아(약 157만원) 벌금형에 처해진다. 경찰 관계자는 "브타위족 문화의 상징이 거리공연을 빙자한 구걸 수단으로 이용돼 시민들의 불만과 문화계의 개선 요구가 컸다"고 말했다. 브타위족의 자랑스러운 유산이자 문화예술 활동에 쓰여야 하는 온델온델이 공연은 하지 않고 돈만 달라는 건 잘못됐고, 외국인들이 전통문화를 오해할 수 있다는 게 문화계 입장이다.
온델온델은 자카르타 토착 부족인 브타위족의 전통문화다. 사람이 들어가는 큰 인형으로 악귀 등 모든 재난을 쫓는다는 속설이 있다. 원래 무서운 얼굴이었으나 1970년대부터 좀 더 온화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브타위어로는 걸어갈 때 인형의 움직임이 흔들려 보인다고 해서 '곤델곤델(흔들리다)'이라 불린다. 서양 문헌에는 16세기부터 등장한다. 영국 연구자는 온델온델이 바타비아(현 자카르타) 마을 곳곳을 돌아다녔다고 썼다. 최근에는 환영 행사에서 공연도 하며, 인도네시아 정부에서도 활용하는 등 자카르타의 상징물로 여겨진다.
그러나 10여 년 전부터 빈자들과 걸인들이 온델온델 인형을 쓰고 거리에서 구걸을 하면서 용도가 변질됐다. 2014년 온델온델의 거리 구걸 행위가 금지된 바 있으나 강력한 제재가 없어 흐지부지됐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온델온델 공연자들마저 구걸에 나서면서 거리뿐 아니라 주택가에서도 쉽게 볼 수 있게 됐다. 보통 온델온델은 전통 음악이 흘러나오는 수레를 밀고 나머지 두 명은 깡통을 들고 돈을 달라는 식이다. 경찰은 "구걸을 하는 온델온델 대부분이 청소년"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