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첫 재판 보궐선거 이후로 연기… "정치적 계산" 거센 반발

입력
2021.03.24 16:07
5면
부산지법 23일 첫 재판 내달 13일 공판준비기일
여성단체 "피해자 끔찍한 시간 3주나 늘어" 비판


강제추행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첫 재판이 부산시장 보궐선거 이후로 연기되자 논란이 일고 있다. 사건 피해자와 여성단체는 "재판 연기는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계산에 치우친 처사"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24일 오전 부산여성100인행동 등 여성계는 부산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오 전 시장의 첫 공판 연기는 (보궐선거를 염두에 둔) 정치적으로 계산된 가해자 중심의 재판”이라고 비판했다.

부산지법은 전날 오전 예정됐던 오 전 시장의 공판기일을 변호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부산이 변론 준비 등을 이유로 기일 변경을 요청하자 이를 받아들여 4ㆍ7 보궐선거 이후인 내달 13일로 미뤘다. 변경된 기일도 피고인이 출석하는 공판이 아닌 공판준비기일로 잡았다. 공판준비기일은 재판의 효율적 진행을 위해 검찰과 변호인이 쟁점사항을 미리 정리하고 증거조사를 할 수 있도록 증거 조사 방법 등에 대해 논의하는 절차다.

이에 대해 여성단체는 “지난해 강제추행 사건 발표도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4ㆍ15총선 이후로 미뤄 정치권에 큰 논란을 일으키더니 이번에도 4ㆍ7 보선을 이유로 재판을 연기한 행태는 피해자와 부산시민사회를 우롱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또 “공판 연기는 재판이 두려운 가해자의 낯 두꺼운 입장과 오거돈 성추행 범죄로 촉발된 선거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위한 민주당의 입장만 반영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 전 시장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부산의 대표 정재성 변호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이며,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법무법인 부산을 운영한 바 있다. 정 변호사는 현재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김영춘 후보의 캠프에 합류해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다.

재판 연기와 관련해 성추행 사건 피해자도 23일 입장문을 통해 “당초 예정됐던 재판이 오거돈 요청으로 3주 뒤로, 그것도 공판준비기일로 바꿨다”면서 “누군가에게는 짧은 시간일지도 모르겠으나 저에게는 한겨울 얼음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듯한 끔찍한 시간이 3주나 더 늘어났다”고 비판했다.

부산= 권경훈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