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 국토부 차관들, 세종 집 팔고 강남 집은 남겼다

입력
2021.03.25 04:30
2주택 국토부 고위직 7명 올해는 전부 1주택
그들의 선택은 근무지 아닌 '강남'


부동산 정책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의 다주택 고위 공무원들이 지난 1년간 잇따라 주택을 처분해 1주택자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적지 않은 이들이 서울 강남의 집을 남기고 세종의 아파트를 팔았다.

한국일보가 25일 관보를 통해 공개된 공직자 재산 중 주택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다주택자라고 신고했던 국토부 고위 공무원 7명 모두 집을 팔아 올해는 1주택자가 됐다. 국토부 산하기관까지 포함하면 주택 매도자는 8명으로 늘어난다. 재산공개 대상인 국토부 고위직 가운데는 이제 다주택자가 한 명도 없다.

1주택자가 된 국토부 고위직 중 다수가 근무지인 세종 대신 서울 강남을 선택했다. 차관들부터 그랬다. 부동산 정책을 책임지는 윤성원 1차관은 지난해 7월 세종 소담동 '새샘마을6단지' 전용면적 59.97㎡를 4억2,300만 원에 팔고 배우자와 공동소유한 서울 강남구 논현동 '경남논현' 전용면적 83.72㎡를 남겼다. 손명수 2차관도 세종 반곡동 '수루배마을1단지' 전용면적 84.45㎡ 대신 서울 송파구 오금동 '현대(2-4차)' 전용면적 84.98㎡를 택했다.

김상도 항공정책실장도 서울 강남구 개포동 아파트 전용면적 60.76㎡를 그대로 두고 세종 도담동 '도램마을10단지' 전용면적 84.76㎡를 지난해 7월 7억4,500만 원에 처분했다. 박무익 국토도시실장의 경우 지난달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마을휴먼시아2단지'를 매도했다고 신고했다. 박 실장은 세종 나성동 주상복합 '세종SR파크센텀'만 보유했다.

신고 착오도 발견됐다. 손 차관은 세종 아파트를 3억8,700만 원에 팔았다고 신고했는데, 실제 매매가격은 5억7,000만 원이었다. 이에 국토부 관계자는 "비서관이 실수로 실거래가가 아닌 공시가격으로 신고했다"고 해명했다.

이 밖에 지난해 다주택자였던 △최기주 대도시광역교통위원회 위원장 △황성규 대도시광역교통위원회 상임위원 △김이탁 중앙토지수용위원회 상임위원 △강팔문 새만금개발공사 사장이 지난해 각각 집 한 채를 팔았다. 권태명 SR 대표는 보유 중인 단독주택 2채 가운데 배우자 명의의 경북 안동시 집을 처남에게 상속 중이라고 신고했다.

국토부에는 다주택자가 없지만 산하기관까지 다주택자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정왕국 코레일 부사장은 대전 서구 둔산동 '샘머리아파트2단지' 전용면적 84.94㎡와 세종 고운동 '가락마을17단지' 전용면적 59.92㎡를 소유했다고 신고했다. 박영수 국토안전관리원장도 세종에 오피스텔과 아파트를 각각 한 채씩 보유했다.

변창흠 장관 소유 부동산은 큰 변동이 없었다. 변 장관의 서울 서초구 방배동 '현대오페라하우스' 전용면적 129.73㎡ 공시가격은 2019년 5억9,000만 원에서 지난해 6억5,300만 원으로 10.7% 상승했다. 앞서 업계에서는 변 장관 주택의 공시가격이 인근 다른 주택에 비해 과도하게 저평가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강진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