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4일 선명한 붉은색 넥타이를 매고 국민의힘 의원총회장을 찾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자당 상징색을 넥타이로 받들어 매고 나타난 안 대표를 기립박수로 환영했다. 함께 입장해 뜨겁게 포옹을 나눈 오세훈 후보가 자주색 넥타이를 맨 덕분에 안 대표의 선명한 붉은색은 더욱 강조돼 보였다. 안 대표는 평소 붉은색 넥타이를 즐겨 매지 않는다.
안철수 오세훈 두 사람의 만남은 야권의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여론조사 결과 발표 후 하루가 지나서야 이루어졌다. 국민의힘 측에선 단일화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23일 결과 발표 즉시 두 사람이 회동하는 이벤트를 원했지만 불발했다. 오 후보 또한 당일 오후 일정까지 변경하며 안 대표를 만나기 위해 이동했으나, 안 대표 측에서 "혼자 발표하고 싶다"고 밝히면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결국 두 사람이 각각 단독 기자회견을 하면서 서로 손을 잡고 포옹하는 '아름다운 단일화' 이벤트는 잠시 미루어졌다.
비록 하루 늦었지만 '아름다운 단일화' 장면은 후회 없이 연출됐다. 인사말을 통해 "저 안철수는 오세훈 후보를 도와 최선을 다하겠다. 여러분께 드리는 약속이고, 서울시민들께 드리는 약속"이라고 밝힌 안 대표는 오 후보와 두 차례나 끌어안으며 굳건한 지원 의지를 '몸으로' 표현했다. 주 원내대표가 입혀 준 당 선거 점퍼를 입은 오 후보는 그런 안 대표를 향해 허리 숙여 인사하며 감사를 표했다.
안 대표와 오 후보는 이날 의총 직전 주호영 원내대표실에서 먼저 만났다. 공교롭게도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국립 5·18민주묘지 참배를 위해 광주로 향하면서 주 원내대표가 당 대표 역할을 대신했다.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서로 각을 세워 온 김 위원장과 안 대표가 단일화 이후에도 서로 비켜가는 모양새를 유지하면서 향후 두 사람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4·7 재·보궐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은 26일 시작된다. 단일화 결과 발표 직후 오 후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공동선대위원장직을 수락한 것으로 알려진 안 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국민의힘 선대위 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후보직 사퇴 직후 '당분간 휴식'도 거론한 만큼 얼마 간의 공백기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야권 단일화의 '흥행'을 이어가려는 국민의힘 입장에선 서울과 부산 모두 안 대표의 지원유세가 절실하다. 붉은색 점퍼를 입은 안 대표가 붉은색으로 도장된 국민의힘 유세차량에 올라 지원 연설을 하는 제2의 '아름다운 단일화' 이벤트가 조만간 펼쳐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