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고기의 살은 왜 흴까

입력
2021.03.24 19:00
25면


닭고기 살은 왜 흴까? 소, 말, 돼지, 양, 오리 등 많은 동물의 살은 붉은색이다. 피에 존재하는 헤모글로빈 때문인데, 헤모글로빈 중심에는 철분이 있고, 철에 산소 등이 결합하면 붉은색이 된다. 철분이 산소와 잘 결합하는 특성을 이용해 일반 물보다 60배나 많은 산소를 우리 몸 구석구석에 전달할 수 있다.

고기 중에는 피를 빼도 붉은색을 띄는 것이 많은데 근육 세포 안에 있는 미오글로빈 때문이다. 미오글로빈은 헤모글로빈과 비슷한 분자인데 근육 속에 산소를 보관하는 창고 역할을 한다. 그래서 근육이 힘을 쓰려고 할 때 산소를 공급해 많은 에너지를 만들 수 있게 해준다. 고기를 구울 때 나오는 붉은색의 액체는 피가 아니라 세포 안에 미오글로빈이 포함된 액체이다.

그런데 닭고기의 살은 희다. 중량의 30%를 차지하는 가슴살은 특히 더 희다. 가슴살은 날개를 동작시키는 근육이므로 강력한 힘이 필요하고, 그만큼 산소 공급이 필수적일 것 같은데 왜 흰색일까?

그것은 닭을 포함한 꿩과 동물이 하늘을 나는 특성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꿩들은 다른 새들처럼 오래 하늘을 날지 않고, 순간적으로 일직선으로 100m 정도만 난다. 그리고 순간적인 비행에는 산소를 이용할 틈도 없이 무산소호흡을 이용하는 것이므로 미오글로빈이 없어도 충분하다.

이에 반해 오리의 고기 색은 붉다. 오리도 가축으로 길들여 키우지만 오리는 원래 장시간 비행을 하는 기러기목이라 근육에 미오글로빈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철분이 많아 붉은색을 띄는 적색육은 건강에 해롭고, 2군 발암물질의 하나로 지정되어 있는데 우리는 오리 고기를 건강에 좋은 고기라고 평가한다. 식품에 대한 평가는 정말 종잡을 수 없다.

하여간 과거에 인류는 하늘을 자유롭게 나는 새를 몹시 부러워했는데, 새는 하늘을 나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은 것 같다. 닭도 굳이 날려 하지 않고, 천적이 없는 섬에서 사는 새는 곧잘 비행 능력을 잃어버린다. 그런 닭이 개체수로는 다른 모든 동물의 숫자를 합한 것보다 많다.

최낙언 편한식품정보 대표ㆍ식품공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