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썽꾼' 된 AZ 백신... 美 보건당국도 "데이터 불완전"

입력
2021.03.24 19:30
프랑스서 접종 20대 학생 혈전발생 사망
미국은 "데이터에 날짜 지난 정보 포함"
잇딴 안전 논란에 백신 불신 심화할 듯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향한 불신과 의심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유럽 보건당국이 백신 접종과 혈전(혈액응고) 사이 인과관계가 없다고 쐐기를 박았지만, 부작용은 끊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지금껏 관망하던 미국마저 실험 데이터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저렴한 가격 등을 무기로 한 때 ‘게임체인저’로 통했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이제 세계적인 ‘트러블메이커’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AFP통신은 23일(현지시간) 프랑스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은 26세 의대생이 사망해 당국이 조사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아니나다를까 부검 결과 혈전이 나왔다. 혈전 부작용 우려에 프랑스 정부가 백신 접종을 일시 중단했다가 19일 재개한지 나흘 만에 사고가 터진 것이다. 유럽의약품청(EMA)은 앞서 18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혈전 생성간 연관성은 없다”며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러나 보건당국의 확신을 무색케 하는 부작용은 계속 이어지는 중이다. 일단 프랑스 의약품안전청(ANSM)은 “심층적인 임상연구가 이뤄지고 있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불신은 미국에서도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 국립알레르기ㆍ감염병연구소(NIAID)는 아스트라제네카가 실험 데이터를 산출하는 과정에서 ‘날짜가 지난 정보’가 포함됐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전날 업체가 미국 임상시험 결과 자사 백신 효능이 79%라고 발표하자마자 미 보건당국이 직접 효능에 대한 믿음을 떨어뜨리는 반론을 제기한 셈이다.

약물 임상결과를 평가하는 독립기관인 미 데이터ㆍ안전모니터링위원회(DSMB)는 아스트라제네카가 효능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날짜가 지난 정보가 들어갔을 가능성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최신 데이터를 공개하라는 게 NIAID 측 요구다. 앤서니 파우치 NIAID 소장 역시 이날 ABC방송 인터뷰에서 “아스트라제네카가 좋은 백신이라고 생각하지만, 데이터를 산출 할 때 문제가 분명 있는 것 같다”고 힘을 실었다. 비판이 거세지자 회사 측은 즉각 새로운 데이터에 기반한 실험 결과를 48시간 안에 발표하겠다고 약속했다.

미국은 아직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사용을 승인하지 않은 상태다. 업체가 지난해 7~9월 미국 임상시험 과정에서 생긴 부작용을 미 식품의약국(FDA)에 제때 보고하지 않아 이미 한 차례 신뢰를 잃은 탓이다. 만약 신규 실험 결과에서 회사의 과실이 드러나거나 효능 수치가 낮아지면 미국 내 승인 시점은 더 늦춰질 수도 있다.

무엇이 진실이든 간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혈전 발생으로 인한 안전성 논란에 데이터 신뢰까지 의심받으면서 ‘이중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폴 헌터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 의대 교수는 “미 당국이 의도적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깎아 내리려 하진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어쨌든 불신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허경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