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기 위해 집회 시위에 나선 한 장애인이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징역형을 살게 됐다. 행진 속도가 늦다는 이유만으로 벌금이 부과된 건데, 이 장애인은 부당한 공권력 집행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노역 투쟁을 선택했다. 벌금을 낼 여력이 안 되는 이유도 있었다.
그런데 구치소에 들어간 지 사흘 만에 풀려났다. 사연을 알게 된 시민들이 모금에 나섰고, 벌금을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련) 상임공동대표는 23일 CBS 김종대의 뉴스업에 출연해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해 달라, 중증 장애인이 지역 사회에 살아갈 수 있도록 말로만 하지 말라고 정부를 향해 요구하자 벌금이 떨어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해 투쟁하면서 전과 27범이 됐다고 소개했다. 지금까지 낸 벌금만 1억 원이 넘는다고 했다. 그런데 이번에 벌금형이 내려진 건 본인을 포함해 4명으로, 총 4,400만 원이 부과됐다. 이 가운데 박 공동대표에게 부과된 건 1,150만 원으로 4명 중 가장 많다.
박 대표는 "종로경찰서 (쪽)에서 장애인을 배제하지 않는 세상을 위한 행진을 진행했는데, 행진을 하는 과정에서 조금 늦게 갔다고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걸었다"며 "장애인들이 속도가 좀 늦다고, 도로가 조금 정체됐다는 이유로 지속적으로 벌금을 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벌금을 내는 것 대신 징역형을 선택한 데 대해 "너무 억울해 낼 마음이 없었다. 벌금은 우리가 아닌 국가가 내야 한다"며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느냐. 국가의 책임을 왜 우리가 대신 내야 하느냐는 마음으로 노역을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벌금을 내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낼 수 있는 형편이 안 된다"며 "네 명 모두 차압이 들어왔는데 어떤 분들은 차량까지 압류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대표는 하루에 10만 원씩 계산해 100일 이상 구치소에 수감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장애인용 화장실이 없어 화장실 접근조차 어려웠다고 했다. 그는 "화장실이 수세식인데 접근 자체가 안 되고 씻는 것도 접근이 안 된다"며 "저는 척추 장애인이라 욕창이 생겼고 같이 간 분은 목뼈까지 다쳐 사지마비라 위험한 상황이었다. 모든 게 치욕스러웠다"고 성토했다.
그러나 박 대표를 포함해 같이 감옥 생활을 한 전장련 회원들은 나흘 만에 풀려났다. 성금이 모아져 벌금을 모두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18일) 검찰청 앞에서 '벌금보다 양심을 선택하겠다'고 기자회견을 하며 이 상황을 알렸다"면서 "그러자 시민들이 금액을 조금씩 모아줬고, 이틀 만에 4,000만 원이 모아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