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체인저’라던 AZ백신, 왜 논란의 중심에 섰나

입력
2021.03.24 08:00



23일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보건소를 찾아 공개적으로 AZ백신을 접종했다. 65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이 시작되는 시기, AZ백신을 둘러싼 논란를 불식시키기 위함이다.

지난 한 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둘러싼 논란 한 가운데는 AZ백신이 있었다. 고령층 효과에 이어 접종 뒤 혈전(피가 굳어진 덩어리)에다 이상증상 논란이 이어졌다. 가격이 저렴하고 상온 보관이 가능해 글로벌 규모에서 면역을 확보하게 해줄 '게임체인저'라 불렸던 AZ백신의 반전이었다. 과학적으론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전문가들은 펄쩍 뛰지만, 이 논란은 국내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이어졌다. 이유가 뭘까.


"인류를 위해 이윤을 버리겠다" ... 거창한 출발

지난해 코로나19가 창궐하자 영국 옥스포드 대학의 제너 연구소는 백신 개발을 위해 세계적인 제약사와 제휴를 모색했다. 미국의 거대제약사 MSD가 유력 후보였으나, 옥스포드대가 '백신을 싼 가격에 공급해 전 세계를 도우려면 저작권을 없애겠다'고 선언한 뒤 협상이 틀어졌다. 그때 AZ가 등장했다. 스웨덴의 아스트라와 영국의 제네카가 합병해 탄생한 이 회사는 공공의 이익을 중시하는 북유럽 문화의 영향 아래 전 세계를 돕겠다는 옥스포드 백신 개발 프로젝트에 흔쾌히 동참했고, 박수를 받았다. 시작도 순조로웠다. 지난해 5월 말 처음으로 대규모 임상시험에 들어가는 등 단연 선두주자로 주목받았다.


거듭된 백신 '초짜'의 실수

하지만 지난해 9월 영국에서 임상 참가자 한 명이 원인불명의 부작용을 보여 3상 임상시험을 일시 중단했다. 당시 개발 중이던 백신 9개 중 시험이 중단된 것은 AZ가 처음이었다. 이후 임상에 문제가 없다는 독립적인 의료감시단체(DSMB)의 판단에 따라 임상시험을 재개했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이 부작용을 제때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여전히 AZ에 대해 승인을 내주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AZ가 백신 개발 경험이 없다 보니 생긴 일이라 본다. 고령층 논란도 AZ가 임상시험에서 고령층 비율을 너무 낮게 잡아 자초한 측면도 있다. 김우주 고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을 만들어 본 적이 없는 회사여서 처음부터 AZ에 대해 '불안하다'는 시선이 있었는데, 실제 개발 과정에서 여러 문제를 노출했던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침팬지 아데노바이러스의 부작용?

고령층에 대한 효과 논란, 혈전 논란은 영국에서 백신 접종 데이터가 나오고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의약품청(EMA) 등 권위 있는 기관에서 "문제없으니 맞으라"하면서 가라앉았다. 그럼에도 젊은층의 이상반응 비율이 너무 높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AZ백신의 특성 때문으로 추론한다. AZ백신은 침팬지에게 감기를 유발하는 아데노바이러스에 코로나바이러스 단백질 유전자를 집어넣는 방식이다. 백신을 맞으면 코로나뿐 아니라 아데노바이러스에 대해서도 면역반응이 일어난다. 이 경우 고열이나 근육통 등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유럽에서도 젊은 의료진이 너무 힘들어 AZ백신을 안 맞는다는 얘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 말했다.


의학이 아닌 정치적 견제

하지만 AZ백신 논란의 핵심은 '의학'이 아니라 '정치'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일단 AZ백신 자체가 '인류애적 소명'을 내세웠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다국적 제약사들을 몹시 불편하게 만든 것이다. 거기다 영국이 개발한 백신이다 보니 유럽연합 국가들의 견제 심리 또한 만만치 않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AZ 쪽의 실수도 있지만 AZ백신에 대한 공격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유럽 언론들도 AZ백신 논란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연결지어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국가 중 '프랑스'를 콕 집는 전문가도 있다. 질병관리본부장 출신 한 전문가는 "대표적 백신 선진국인 프랑스가 백신 개발에 실패한 뒤 경쟁국인 영국의 백신을 과도하게 깎아내리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곧 미국 FDA 승인 ... '게임체인저' 도약하나

전문가들은 여전히 AZ백신에 두터운 신뢰를 보낸다. 2~8도 냉장 보관이 가능하고, 기존 백신 제조설비에서 생산 가능하며, 생산 원가 수준인 3~5달러 수준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세스 버클리 세계백신면역연합회장은 "AZ백신은 일반 냉장고로 6개월간 보관할 수 있어 사정이 열악한 개도국도 쓸 수 있는 이상적인 백신"이라 찬사를 보냈다. 미국 FDA(식품의약국) 승인도 점쳐진다. AZ사는 22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시행된 임상 3상 시험에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는 데 79% 효과를 보였다"며 "다음 달 중 미국에 긴급사용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게임체인저'라는 희망과 기대는 아직 살아 있다.

유환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