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블랙핑크 덕분에... 문화예술저작권 무역 수지 첫 흑자

입력
2021.03.2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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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인기에 문화예술저작권 사상 첫 흑자
산업재산권은 35.3억 달러 적자...해외법인 생산 타격 영향
전체 지식재산권도 18.7억 달러 적자


지난해 우리나라 문화예술저작권 무역수지가 사상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 등 K팝 가수들의 음악뿐 아니라 드라마·웹툰 등 국내 콘텐츠 소비가 전 세계에서 활발히 이루어진 덕분이다.

한국은행이 23일 공개한 '2020년 지식재산권 무역수지(잠정)'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문화예술저작권 무역수지는 1억6,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최초 흑자다. 문화예술저작권을 포함한 전체 저작권 무역수지도 18억9,000만 달러 흑자였다.

만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문화예술저작권이 지난해 사상 첫 흑자를 기록한 데는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글로벌 플랫폼의 역할이 컸다.

지난해 코로나19로 미디어 플랫폼 이용이 크게 증가하면서 여기에 올라탄 국내 콘텐츠 소비가 급속도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영화관 방문 자제로 외국계 영화사 수입이 크게 줄어든 것도 문화예술저작권 흑자에 영향을 끼쳤다.



실제로 지난해 유튜브에서 집계한 '첫 공개 24시간 안에 가장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한 뮤직비디오' 10위 안에 BTS와 블랙핑크 곡이 8개나 포함됐다. 그만큼 유튜브 속 K팝 음악 소비 시장이 크다는 뜻이다.

넷플릭스에선 일본, 대만,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에서 '사랑의 불시착'이나 '사이코지만 괜찮아' 등 한국 드라마가 전체 시청 건수 1위를 기록했다. 미국과 일본, 동남아에서 서비스 중인 네이버·카카오 웹툰 플랫폼에선 '이태원클라쓰'나 '여신강림' 등 한국 웹툰이 해당 국가 언어로 번역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반면 산업재산권 수지는 35억3,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기업 생산활동과 연관이 깊은 특허 및 실용신안권 수지가 23억8,000만 달러 적자로 적자 폭이 크게 확대됐기 때문이다. 산업재산권이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저작권과 산업재산권을 포함한 전체 지식재산권 무역수지도 18억7,000만 달러 적자였다.

박창현 한은 경제통계국 국제수지팀장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 기업의 해외 현지법인 생산이 타격을 받으면서 특허 및 실용실안권 수출이 수입보다 더 크게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국내 기업과 베트남 현지 법인 간 스마트폰 거래가 줄면서 특허 및 실용신안권 대가 지급이 줄어든 것을 사례로 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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