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은 정말 그렇게 몹쓸 사람이었나"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이 논란이다. 그는 박 전 시장의 청렴성을 되새기며 공적을 재평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임 전 실장은 박 전 시장 2기 때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냈다.
임 전 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청렴이 여전히 중요한 공직자의 윤리라면 박원순은 내가 아는 가장 청렴한 공직자였다"며 이같이 적었다.
그는 이어 "(박 전 시장은) 호텔 밥 먹지 않고 날 선 양복 한 번 입지 않고 업무 추진비를 반 이상 남기는 쪼잔한 공직자였다"며 시장 재직 시절 보여준 박 전 시장의 청렴성을 강조했다.
임 실장은 박 전 시장의 시정과 업적을 열거하며 치켜세웠다. 그는 "운전을 하다 보면 자주 박원순을 만난다"며 "유난히 많아진 어린이 보호 구역과 속도 제한 구역을 지날 때마다, 제한 속도 50에 적응하지 못해 수시로 울리는 경고음을 들을 때마다 '속도를 늦추면 사람이 보인다'는 박원순의 목소리를 듣는다"고 말했다.
임 실장은 이어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마을공동체 사업 등 박 전 시장의 성과를 언급하며 "주행보다 보행을 강조하던 박원순을 생각한다"며 "박원순의 향기를 느낀다"고 강조했다.
임 전 실장은 "박원순은 미래 가치와 생활 이슈에 가장 민감하고 진취적인 사람이었다"며 "서울시 행정을 전파하러 세계 곳곳을 누비며 글로벌 리더들과 열띠게 토론하던 그의 모습도 그립다"고 회상했다.
임 전 실장은 박 전 시장의 공은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딱딱한 행정에 사람의 온기와 숨결을 채우려 무던히 애쓰던 그의 열정까지 매장되지는 않았으면 한다"며 "이제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는, 뉴욕의 센트럴파크 부럽지 않을 용산 공원의 솦 속 어느 의자엔가 박원순의 이름 석 자를 소박하게나마 새겨 넣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임 전 실장 글에 '슬퍼요'를 표시하며 공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온라인에선 대체로 임 전 실장의 글을 비판하는 의견이 많았다. 누리꾼들은 "사람이 모든 일을 다 잘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다"(l*******), "검소하면 성추행을 용서받을 수 있다는 건가"(p*******), "청렴이란 뜻이 일반인의 생각과 다른 거냐"(g******), "성추행을 일으키는 공무원보다 덜 청렴한 공무원이 낫다"(i******)고 반응했다.
오히려 임 전 실장이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가한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누리꾼들은 "뜬금없는 2차 가해다. 정계 은퇴해야 할 시점이 된 것 같다"(m*******), "피해자를 생각한다면 이런 글은 남길 수 없다"(관***)고 비판했다.
또 "진보진영의 성 인지 감수성이 이렇게 낮다는 뜻이냐"며 실망스럽다는 반응도 상당했다. 한 누리꾼은 "문재인 대통령은 페미니스트 대통령이라고 했는데, 이 정부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사람이 이렇다면 이 정부의 인식이 이 정도 밖에 안 된다는 뜻이냐"(s******)고 따졌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고려하면 신중하지 못한 발언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박 전 시장 관련 사건이 더불어민주당에게 악재로 작용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꼴이란 지적이다. 누리꾼들은 "민주당 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f*******), "조용히 있는 게 선거를 도와주는 건데"(i*****)라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일부는 "생각할수록 마음이 아프다"며 댓글로 안타까운 심경을 표했다. 누리꾼들은 "묘소에 갔는데 생각보다 초라해 슬펐다", "진보진영의 귀한 사람을 잃었다"고 반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