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콜로라도주(州)의 한 상점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해 경찰관 등 10명이 숨졌다. 용의자는 체포됐지만 정확한 범행 동기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한인 여성 4명을 포함해 8명이 숨진 애틀랜타 총격 사건이 일어난 지 6일 만에 또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이에 따라 총기 규제 논쟁도 다시 불붙는 분위기다.
23일(현지시간) 경찰당국은 브리핑을 열고 전날 오후 콜로라도주 볼더의 '킹 수퍼스' 식료품점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 용의자로 아마드 알 알리위 알리사(21)를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발표했다. 알리사는 10명을 살해한 1급 살인 혐의를 받는다. 사건을 맡은 마이클 슈나이더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은 "사건 발생 24시간이 채 되지 않았고 초기 수사 단계에 있어 아직 구체적 사건 동기를 말하기 이르다"면서도 "현재 지역사회는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일각에서 제기한 '공범의 추가 총격' 우려를 해소하고자 한 발언이다. 담당 지방검사인 마이클 도허티도 이번 사건 용의자는 알리사가 유일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전날 오후 2시 40분쯤 총격 사건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특수기동대(SWAT)와 헬리콥터 등을 대거 투입해 상점 건물을 에워싼 후 확성기로 범인에게 투항을 권유했다. 상점 내로 투입한 경찰은 범인과 총격전을 벌인 끝에 체포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초기 대응에 나선 에릭 탤리(51) 경관이 희생됐다. 다른 9명의 피해자들 20~65세 성인들로 파악됐다. 마리스 헤롤드 볼더 경찰서장은 "용의자가 다리에 총을 맞아 치료를 받았고 안정적 상태"라면서 "곧 볼더 카운티 교도소로 이송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수사가 닷새를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여러 목격자 진술을 종합하면 이날 오후 2시 30분쯤 킹 수퍼스 식료품점에 총성 한 발이 먼저 울렸다. 알리사는 아무 말 없이 총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당시 과자와 음료수를 들고 계산대로 향하던 라이언 보라우스키(37)는 "직원이 뭔가를 떨어뜨린 소리였길 바랐지만 수차례 더 총성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그는 "세 번째 총성이 들릴 때쯤 달리기 시작했고 총 8발 정도를 들은 것 같다"며 "공포에 질린 한 여성이 달려가는 것을 봤고 다른 사람들도 '뛰어, 뛰어'라고 외치면서 달렸다"고 필사의 탈출 순간을 기억했다.
8명의 목숨을 앗아간 조지아주 애틀랜타 연쇄 총격 사건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무더기 총기 희생자가 나오면서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총기 규제 논쟁도 재점화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사건이 발생한 볼더를 지역구로 둔 조 너구스 민주당 하원의원은 성명을 통해 “아직 우리가 모르는 것이 많지만 비극적인 총기 폭력이 오랫동안 우리나라를 괴롭힌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도 “상원은 총기 폭력 확산을 막기 위해 입법을 추진해야 하고 그렇게 할 것”이라고 공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