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 총격 희생자 남편 수갑 채워 4시간 가둔 경찰

입력
2021.03.23 01:03
"나쁜 날이었다" 총격범 두둔 이어 또 물의
"멕시코 출신이라서인지 날 함부로 다뤘다"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진 미국 애틀랜타의 현지 경찰이 사건 당시 총격으로 아내를 잃은 멕시코 출신 남편을 4시간 동안 수갑을 채워 가둬 뒀던 것으로 드러났다. “나쁜 날이었다”는 대변인의 총격범 두둔 발언에 이어 또 빈축을 살 만한 행태다.

22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마리오 곤살레스는 사건이 발생한 16일 아내 딜레이나 애슐리 욘과 함께 마사지를 받기 위해 ‘영스 아시안 마사지’를 방문했다. 부인과 떨어져 마사지를 받던 곤살레스는 총격 소리를 듣고 놀랐지만 두려움 때문에 문을 열지 못했다.

잠시 뒤 현장에 도착한 체로키 카운티 보안관실 수사요원들은 마사지실에 피신해 있던 곤살레스를 보안관실로 이송했다. 곤살레스는 사건 현장을 떠나는 과정에서 아내의 안전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요원들은 허락하지 않았다. 수갑을 찬 채 보안관실에 갇혀 있던 그는 4시간이 지난 뒤에야 보안관실로부터 아내가 총격에 살해됐다는 말을 들었다.

보안관실 요원들이 왜 자신을 현장에서 체포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는 게 곤잘레스의 이야기다. 그는 “경찰은 내가 남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내가 멕시코 출신이기 때문인지 보안관실 요원들이 나를 함부로 다뤘다”고 말했다. 손목의 수갑 자국을 보여주기도 했다.

곤잘레스는 와플 하우스 레스토랑에서 종업원이던 욘을 만났는데, 욘은 13살짜리 아들을 키우는 미혼모였다. 곤잘레스와 욘 부부는 지난해 결혼해 딸을 낳았고 현재 딸은 생후 8개월이다. 앞으로 아내 욘 없이 의붓아들과 딸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니 참담한 기분이라고 곤잘레스는 털어놓았다.

보안관실은 곤살레스가 한 주장이 사실인지, 어떤 입장인지 등에 대한 NYT의 질문에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미 체로키 카운티 보안관실은 애틀랜타 총격 용의자를 두둔하는 듯한 대변인의 발언 탓에 한 차례 홍역을 치른 상태다. 제이 베이커 대변인은 사건 이튿날인 17일 브리핑 때 총격범 로버트 에런 롱이 겪은 하루가 “그에게 정말 나쁜 날이었다”고 말했다.

16일 롱의 연쇄 총격으로 한인 여성 4명 등 8명이 숨졌다. 희생자 중 6명이 아시아계, 7명이 여성이었다.

권경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