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홧김에 흉기 내던지는 악습 뿌리뽑자" 中 '고공 투척죄' 신설

입력
2021.03.28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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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상공의 고통' 악명, 작년 9,400건 신고
분에 못이겨 가위, 칼, 화분, 술병 마구 던져
징역·벌금형 처하도록 형법 개정 3월 시행
"반문명적, 비도덕적 행위"...中 판결 잇따라

중국이 이달 형법을 손질하면서 신설한 죄목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것이 있다. 바로 ‘고공 투척죄’다. 고층 건물이나 아파트에서 밖으로 물건을 던진 경우 1년 이하 징역과 벌금을 물리는 내용을 담았다.

떨어진 물체에 맞아 지나가던 사람이 죽거나 다치면 살인 또는 상해죄, 재산상 손해를 입히면 재물손괴죄 등으로 처벌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중국은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죄를 추가했다. ‘도시 상공을 맴도는 고통’이라는 악명을 얻을 만큼 공포의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일부 중국인들의 이기주의가 피해를 키웠다. 남을 배려하기 보다는 거친 행동으로 화를 표출해야 직성이 풀린다고 생각하는 탓이다. 지난해 12345 시민서비스센터에 접수된 고공 투척 사건은 9,400여건에 달한다. 분풀이용으로 집밖에 던지는 물건은 가위, 칼, 화분, 담배꽁초, 술병, 생수통, 운동기구 등 온갖 생활용품을 망라한다.

법 시행 첫날부터 법원 판결이 나왔다. 장쑤성 리양시 인민법원은 1일 여성 쉬(徐)모씨에게 징역 6개월의 실형과 벌금 2,000위안(약 34만6,000원)을 선고했다. 평소 의견 충돌이 잦았던 이웃과 실랑이를 벌이다 분에 못 이겨 아파트 3층 자택에서 부엌칼 2개를 창 밖으로 던진 혐의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주민 신고로 덜미가 잡혀 재판에 넘겨졌다. 중국 최초의 고공 투척죄 관련 판례인 셈이다.

이후 봇물 터지듯 중국 각지에서 유사 판결이 잇따랐다. 쓰촨성 청두에서는 아파트 4층에서 여자친구와 다투다 거실 창문으로 8.32㎏의 여행가방을 던진 남성이 17일 징역 6개월에 벌금 3,000위안, 장시성 난창에서는 세입자와 옥신각신하던 고층 아파트 집주인이 부엌칼과 끝이 뾰족한 가위를 밖으로 내던졌다가 16일 징역 6개월과 벌금 2,000위안을 선고 받았다. 저장성 샤오싱, 랴오닝성 다롄, 산둥성 옌타이에서도 수위만 다를 뿐 같은 종류의 사건이 발생해 징역과 벌금형에 처해졌다.


인민일보 등 중국 매체들은 실험 수치를 공개하며 고공 투척이 얼마나 위험한지 경고했다. 무게 30g 달걀이라도 18층에서 던져 맞으면 두개골 파열, 25층에서 떨어뜨리면 행인이 사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빈 음료수캔, 손바닥 만한 수박 껍질도 파괴력이 비슷해 언제든 살상무기로 돌변할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급속한 도시화를 시민의식이 따라가지 못해 이 같은 반문명적 행위가 지속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법의식이 부족하고 도덕성이 결여된 상태에서 익명성에 숨어 충동적으로 감정을 분출한다는 것이다. 중국청년망은 “고층에서 밖으로 던져버린 건 한낱 물건이 아니라 중국의 문명”이라며 엄벌을 촉구했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