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도전 4선 의원 박영선도 '아줌마' '엄마'로 불리는 정치

입력
2021.03.22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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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22일 경쟁 상대인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겨냥해 “도쿄에 아파트를 가진 아줌마는 충분히 상대 가능하다”고 비하했다. 민주당 4ㆍ7 보궐선거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박 후보를 칭찬한다면서 “엄마의 마음을 가진 후보”라고 불러 구설에 올랐다. 중견 언론인, 4선 국회의원,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라는 탄탄한 경력을 쌓았어도 남성 정치인들에게 ‘아줌마’ ‘엄마’로 불리는 게 우리 정치의 현주소다.

안철수 "도쿄에 아파트 가진 아줌마"

안 후보는 이날 보수성향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저는 무결점 후보다. 부동산이 없다”며 “(서울 노원) 상계동 전세 아파트에 살고 있고 땅도 없다. 부동산으로 재산 증식을 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하고 보유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도쿄에 아파트를 가진 아줌마'는 충분히 상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사회자가 ‘일본 도쿄에 아파트를 가진 사람이 박 후보를 가리킨 것이냐’고 묻자 “예”라고 확인하기도 했다. 말실수가 아니었다는 뜻이다. 아줌마의 사전적 의미는 ‘아주머니를 낮추어 이르는 말’로, 중년 여성을 폄하하는 의미로도 쓰인다.

안 후보는 이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아줌마 표현 논란’에 “저는 집 없는 아저씨”라고 했다. 거듭 자신은 ‘집 없는 깨끗한 남성 후보’, 박 후보는 ‘집 있는 아줌마’로 갈라친 것이다. 앞서 안 후보는 1,551억 원의 재산을 신고했고, 이 중 1,417억 원이 안랩 주식,114억7,340만 원이 예금이었다. 부동산은 서울 노원 전세 3억3,500만 원을 신고했다.

안 후보는 남성 중심의 강성 보수층의 지지를 얻기 위해 의도적으로 박 후보를 깎아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날부터 시작된 보수 야권 시장 후보 단일화 여론조사를 겨냥해서다. 안 대표가 실제 작정했다면, 정치적 이득 앞에서는 '여성 정치인도 비하할 수 있다'는 인식을 보여준 것이어서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왜 여성 정치인은 정치인이 아닌 여성으로 평가 받아야 하나”라며 “박 후보의 도쿄 아파트가 문제라면, 도쿄 아파트를 문제삼으면 된다. 그러나 박 후보의 성별을 문제삼은 것은 여성에 대한 안 후보의 저열한 인식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낙연은 "박 후보는 엄마의 마음 가진 후보"

이낙연 전 대표도 박 후보를 “엄마의 마음으로 아이를 보살필 후보”라고 지칭해 비판을 샀다. 그는 “박 후보는 엄마의 마음으로 아이를 보살피고 기를 마음가짐, 딸의 심정으로 어르신을 돕는 자세를 갖춘 후보”라고 했다. 이 전 대표의 발언 역시 차별과 낙인의 혐의가 짙다는 지적이 나온다.

거물급 여성 정치 지도자의 리더십을 '돌봄 노동을 수행하는 중년 여성'의 전형에 가두고, 아이·노인 돌봄을 여성의 당연한 책임으로 한정했다는 점에서다. '돌봄'은 인구 1,000만 서울시의 행정을 책임질 서울시장에게 필요한 대표 자질이라 할 수 없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자기 당의 여성 후보를 두고 서울시장으로 적합한 이유에 대해 설명할 말이 고작 성 역할 프레임을 씌우는 것밖에 없었나”라며 “돌봄을 여성의 몫으로 생각하는 인식이 개탄스럽다”고 했다.

정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