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메이커 등극? 집으로? 김종인 운명, 오세훈 승리에 달렸다

입력
2021.03.22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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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단일 후보 경쟁의 결과에 따라 3명의 운명이 '극단적으로' 갈릴 것이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그리고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예상 시나리오는 두 가지다. 오세훈 후보와 김 위원장이 함께 웃느냐, 아니면 안 후보 혼자 웃느냐.

오 후보가 야권 단일 후보가 되면, 김 위원장은 차기 대선의 '킹메이커'로 등극할 가능성이 크다. 안 후보가 이기면 김 위원장은 '선거의 달인' 타이틀부터 내려 놓고 거취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①오세훈 이기면… '김종인 매직' 입증 위상 ↑

김종인 위원장은 22일 "여론조사를 냉정하게 분석해보면, 이기는 사람은 정해져 있다"며 "오 후보가 야권 단일 후보가 된다"고 확언했다. '김종인 승리 매직'에 대한 자신감을 숨기지 않은 것이다. 그는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후보의 당선을 이끌었고, 2016년 20대 총선에선 더불어민주당 승리를 견인했다.

오 후보가 단일 후보가 되고,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까지 꺾으면 '김종인의 시간'이 연장될 것이다. 김 위원장은 자신의 임기를 '4·7 보선까지'로 수 차례 못 박았지만, 힘 있는 차기 대선주자가 없는 '권력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국민의힘이 그를 일단 잡아 둘 공산이 크다. 당내 일부에선 당 대표 추대 가능성이 벌써부터 오르내린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21대 총선 참패로 황교안 전 대표가 물러난 이후 줄곧 비대위 체제다.

지난해 이후 김 위원장은 "보선이 끝나면 미련 없이 떠난다"고 말해 왔다. 이에 당 외곽에서 '킹메이커'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당권을 노리는 사람이 많은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굳이 당에 남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제3지대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과 교감하며 때를 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얼마 전 스스로를 '윤 전 총장을 정치권에 안착시킬 사람'으로 부르기도 했다.


②안철수 이기면… '김종인 시대' 저물 가능성 ↑

안철수 후보가 이기면, 김 위원장 체제는 막을 내릴 위기에 몰리게 된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내년 대선의 전초전이다. '102석'의 제1 야당인 국민의힘이 '3석'의 국민의당에 밀려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 못한다면, 김 위원장의 능력이 의심 받으면서 거센 책임론에 휩싸일 것이다.

안 후보가 박영선 후보를 이기고 보수 야권 재편의 키를 쥐게 되면, 김 위원장의 입지는 더 축소된다. 김 위원장과 안 후보는 선거 내내 노골적 갈등을 노출해 '화학적 결합'은 어차피 어렵다. 김 위원장도 주변에 "안 후보가 이기면 내 역할이 크지 않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김 위원장의 한 측근은 "안 후보가 단일 후보가 돼도 본선 마무리는 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 체제가 저물면 국민의힘 초선· 쇄신 그룹이 구심을 잃게 된다. 반면 국민의힘 안팎의 '반김종인' 세력의 목소리는 거세질 것이다. 안 후보를 측면 지원하는 김무성, 이재오 전 의원, 홍준표 무소속 의원 등이 안 후보를 앞세워 야권 재편의 중심에 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야권 관계자는 "안 후보가 승리하면 국민의힘이 사실상 재창당돼야 하는 만큼, 야권 재편의 추가 반김종인계로 빠르게 기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