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화폐처럼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NFT(Non Fungible Token·대체 불가능한 토큰) 예술품이 가상자산의 하나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미국 뉴욕의 한 예술가가 자신과 친구들의 방귀 소리를 이더리움 가상화폐 네트워크를 통해 판매했다. 그는 이를 통해 무형의 콘텐츠를 상품화하는 기술인 NFT가 희소성과 유일성을 앞세워 소장 가치를 극대화하는 점을 조롱하고 나섰다.
21일(현지시간) 뉴욕 브루클린에서 활동하는 영화감독 알렉스 라미네즈 말리스의 트위터에 따르면 자신과 친구 네 명의 1년 동안의 방귀 소리를 모아 만든 NFT 매물 '마스터 컬렉션'이 약 426달러(0.2415이더리움·약 48만 원)에 판매됐다.
라미네즈 말리스는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봉쇄 조치가 적용되기 시작한 지난해 3월부터 친구들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왓츠앱' 단체 대화방에서 방귀 소리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렇게 모은 녹음 파일을 52분짜리 '마스터 컬렉션'으로 정리했다.
일간 뉴욕포스트는 "이들이 이익을 염두에 두고 방귀 소리를 녹음한 것은 아니다"며 "하지만 이들은 최근 추상적인 소유권이 수천만 달러에 팔리는 'NFT 광기'를 지켜보면서 방귀 소리의 NFT 판매를 결심했다"고 전했다. 마스터 컬렉션 외에 일부 개별 방귀 소리 파일도 일찌감치 약 89달러(0.05이더리움)에 팔려 나갔다.
라미네즈 말리스는 "NFT 열풍은 터무니없다"며 "NFT는 방귀조차 뀌지 않고 단지 소유권을 나타내는 디지털 문자와 숫자의 나열일 뿐"이라고 뉴욕포스트에 밝혔다.
그러면서 "값비싼 작품을 구입해 창고에 보관하고 소유권 증명서만 전시한 뒤 더 많은 돈을 받고 판매하는, 순전히 가치 저장 용도로만 예술을 거래하는 방식은 수세기 동안 있어 왔다"며 "NFT는 이 같은 예술의 거래적 성격을 드러내는 디지털 방식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미친 시장의 이면에는 디지털 예술 애호가들이 아닌 빨리 부자가 되려는 투기꾼들이 있다"고 비판했다.
NFT는 예술 작품이 기술과 결합해 고유한 매력을 보증 받는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소장 가치를 희소성과 이름값에만 기대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거세다.
얼마 전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한 노래를 트윗하며 이를 NFT 형태로 경매에 부친다고 했다가 입찰가가 112만1,000달러(약 12억7,000만 원)까지 치솟자 판매 계획을 철회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