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4명 등 아시아계 여성 6명이 희생된 조지아주(州) 애틀랜타 총격 사건을 두고 미 전역에서 혐오 규탄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자연스레 피해자들의 ‘고향’인 한국,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반응도 미 언론에서 비중 있게 다뤄진다. 그러나 정작 분노가 더 커야 할 아시아에선 증오범죄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그리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21일(현지시간) 외신은 피해자들의 모국인 한국과 중국의 분위기를 잇따라 전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틀랜타 총격 사건이 한국전쟁 이후 수십 년간 미국과 깊고 지속적인 관계를 맺어온 한국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고 했고, CNN방송 역시 애틀랜타에서 나고 자란 한국계 미국인 가수 에릭남 인터뷰를 통해 아시아계에 차별적인 미국사회를 조명했다. WSJ는 특히 영화 ‘기생충’과 ‘미나리’, K-팝 밴드 방탄소년단(BTS)을 거론하며 “이번 사건은 한국인들이 문화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와중에 터져 충격이 더 크다”고 강조했다.
주목할 점은 분노는 했지만 그렇다고 강도가 미국보다 세지는 않다는 사실이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에서는 반(反)아시안 폭력과 여성혐오에 대한 논쟁이 시작됐으나 동아시아에서는 대중들의 대화가 훨씬 덜 격렬했다”고 진단했다. 피해자 신원이 드러나면서 한중 언론과 정부의 대응 수위는 예상대로 거셌다. 미 수사당국이 당초 용의자의 성(性)중독을 범행 동기로 발표하자 양국 언론은 곧장 격분했다.
하지만 신문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엄청난 수다(논쟁)를 유발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온라인 여론은 의외로 잠잠하다는 얘기다. 가령 중국 웨이보에선 애틀랜타 총격 사건보다 샌프란시스코의 76세의 중국계 여성이 주먹으로 자신을 때린 30대 백인 남성을 나무 지팡이로 내리치며 반격했다는 뉴스에 더 관심을 보였다.
NYT는 이런 현상의 배경을 국가 특성에서 찾았다. 한국과 중국은 강력범죄 비율이 낮고 총기가 금지된 반면, 미국에서는 총기 및 인종관련 범죄가 빈발하는 탓에 이번 연쇄 총격을 ‘충격적이긴 하지만 놀랍진 않은’ 사건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희생자들의 직업을 낮게 보는 선입견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매들린 쉬 오스틴 텍사스대 아시아계미국역사학과 교수는 “한국과 중국 일각에선 마시지 업소와 관련된 낙인 때문에 피해자들의 죽음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라며 “숨진 여성들이 이 곳에서 일하지 않았다면 항의가 더 컸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