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백신, 행정' 3不 브라질, 변이發 대재앙 진원 되나

입력
2021.03.22 18:30
일주일간 감염자 21%·사망자 55% 폭증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의료시스템 붕괴
전 세계 감염병 통제에 새로운 위협 요소

브라질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이 ‘통제 불능’에 빠졌다. 확진ㆍ사망자가 연일 폭증하고 있지만 '방역 지침, 백신 확보, 보건행정' 등 어느 것 하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서 중남미뿐 아니라 전 세계를 위협하는 코로나19의 새 진원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브라질은 이미 미국(약 2,800만명)에 이어 세계 두 번째(약 1,200만명) 감염국이다. 사망자도 벌써 30만명에 육박한다. 이달 들어 상황이 특히 악화했다. 20일(현지시간) 하루 확진자만 7만9,000명. 전날엔 9만명대까지 치솟았다. 사망자도 하루 2,000여명씩 쏟아지며 연일 최다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최근 일주일 평균 확진자 수는 21%, 사망자 수는 무려 55% 급증했다.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최근 열흘간 전 세계 사망의 4분의 1이 브라질에서 발생했다.

사정이 이러하니 의료시스템은 감당을 포기했다. 26개주(州) 대부분이 병원 중환자실(ICU) 가동률 80%를 웃돌고, 16개 주는 진작에 90%를 넘겼다. 의료체계가 이미 붕괴됐거나 붕괴 직전이라는 얘기다. 줄곧 상황이 나빴지만 이번 대유행은 “전례 없는 위기”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별다른 대처 방안도 없다. 백신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브라질 인구 2억2,000만 중 고작 1,000만명만 백신을 맞았다. 이달 말까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4,600만회분을 들여올 예정이었지만, 공급 차질로 그마저도 반토막 수준인 2,600회분밖에 못 받게 됐다. 백신이 없으면 사회적 거리두기와 모임 금지 같은 봉쇄령이라도 잘 지켜져야 하건만, 대도시 한복판에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이 숱하다.

심지어 행정마저도 엇박자다. 각 지방정부가 자발적으로 통행 금지령과 비필수 업종 봉쇄 조치 등을 시행하자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사회ㆍ경제적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면서 수도 브라질리아를 포함해 3개 주에 봉쇄 중단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보우소나루 정부는 코로나19 대응 실패로 2019년 출범 이후 처음으로 긍정평가 30% 선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일련의 사태는 변이 바이러스의 영향 탓이다. 생물과학연구개발기관인 오스바우두 크루스 재단(Fiocruz) 조사에 따르면 이달 초까지 8개주에서 발생한 신규 확진자의 50%가 브라질 변이 감염이었다. 감염력이 기존 바이러스에 비해 2.2배라는 최근 연구 결과도 있다. 감염력이 1.7배인 영국발 변이보다 훨씬 위험하다. 기존에 형성된 면역력을 회피할 가능성도 25~65%로 높다. 상용화된 백신이 얼마나 효능을 발휘할지 또한 미지수다. 브라질 변이는 24개국에 유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 전문가들은 브라질발(發) 대재앙을 경고한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브라질 당국이 현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인접국은 물론 전 세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감염병학자 에릭 필딩 박사는 “모든 국가들이 똑같은 어려움을 겪지 않으려면 경각심을 갖고 브라질 정부가 변이 확산을 통제할 수 있도록 적극 도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표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