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22일부터 이틀간 중국을 찾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첫 중국 방문이다. 미국과 고위급회담 일전을 벌인 중국은 최대 우군 러시아와 결속을 과시하며 추가 반격의 고삐를 조였다. 특히 동맹을 다그치는 미국의 강압 외교보다 중국과 러시아의 대등한 전략적 협력이 훨씬 강력하다면서 우위를 주장하고 있다.
중국 못지 않게 러시아도 미국과 관계가 험악하다. 바이든 정부는 2일 러시아 관료와 연구소, 기업 등 26곳을 제재명단에 올렸다. 블라디미르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인 알렉세이 나발니 독살 시도의 배후라는 판단에서다. 이에 러시아가 21일(현지시간) 주미대사를 급거 소환하면서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자연히 러시아도 미국에 맞서 중국의 지원사격이 절실하다. 중국이 쾌재를 부르는 이유다.
이를 반영하듯 라브로프 장관은 방중 직전 중국 매체들과의 인터뷰에서 “외교 의례와 처신을 저버리고 걸핏하면 제재를 가하는 미국의 본성은 뿌리가 깊은 상투적 수단”이라고 반발했다. 이어 중국을 향해 “중러 관계는 역대 최상”이라며 “양국 협력은 이데올로기에 휘둘리지 않고 고유의 가치를 유지하면서 어떤 제3국도 겨냥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18일 한국, 20일 인도와 장관급회담을 가졌다. 하지만 미국의 의도와 달리 공동성명에 ‘중국’을 적시하지 못했다. 중국이 ‘약한 고리’로 공격하는 부분이다. 리하이둥(李海東) 중국외교학원 교수는 22일 “미국이 동맹국들을 부추겨 역내 불안을 초래하고 있다”며 “중러 파트너십으로 미 패권을 차단하면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에 이익이 된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러시아와의 단합을 강조하며 미국을 압박했다. 환구시보는 “과거 구소련은 중국과 미국을 동시에 상대하려다 실패했고 결국 붕괴했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중국과 러시아가 뭉치면 미국을 제압할 수 있다는 논리다.
중국 전문가들도 가세했다.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 천위(陳宇) 연구원은 “바이든 정부는 국내 문제가 아닌 두 강대국을 틀어막은 비합리적 정책에 집착하고 있다”며 “중국과 러시아를 봉쇄하려는 미국은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시위(楊希雨) 중국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종합적 국력에서 앞서 있지만 전략적 오판으로 결국 패배할 수밖에 없다”면서 “중국과 러시아를 동시에 타격할 수 있는 능력과 여건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표방한 ‘포괄적 전략협력 동반자관계’는 이란, 한반도, 아프간, 시리아 등 전 세계 핵심 현안을 망라하고 있다. 특히 올해 중러 선린우호협력조약 체결 20주년을 맞아 공조 수위를 한 단계 높일 참이다. 오로지 대중 봉쇄에 치중한 미국의 ‘핀셋’ 공격과는 협력의 범위와 강도 면에서 차이가 크다고 중국이 자신하는 부분이다.
이에 양진(楊進)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중러 동반자관계는 서로 보완적이며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협조 필요성이 더 커졌다"며 "미국이 (중러 협력을) 분열시킬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했다. 우신보(吳心伯) 푸단대 국제문제연구원장은 “라브로프 장관의 이번 방문은 미국의 압박과 괴롭힘에 직면한 중러 양국 간 고위급 전략대화에 다시 시동을 거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