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사모펀드 피해 전례 없는 구제 중… 라임 피해액 77%는 배상 완료"

입력
2021.03.2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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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사모펀드 사태 분쟁·제재 상황 공개
계약취소·사후정산 등 전례 없는 방식으로 피해 회복
다만 판매사 '잘못 인정' 없는 유동성 지급도 상당해

1조4,000억 원에 달하는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중단 금액 중 지금까지 1조1,000억 원이 피해 투자자들에게 돌아갔다. 그간 금융감독원이 계약취소·사후정산 등 전례 없던 방식으로 강력한 피해구제를 추진한 결과다. 금감원은 올해 상반기 중 다른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분쟁조정도 마무리할 계획이다.

라임 환매 중단 금액 중 77% 배상 완료

21일 금감원에 따르면, 라임 펀드 환매중단 금액 1조4,118억 원 중 1조1,000억 원에 대한 분쟁조정 절차가 마무리됐다. 지난해 2월 중간 검사결과, 1조6,679억 원이 환매중단됐다고 금감원이 발표한 지 13개월 만이다. 발표 이후 환매연기 펀드 규모는 일부 환매 가능한 부분이 생기면서 약 2,500억 원이 축소됐다.

최저 50%까지 예측됐던 라임펀드 회수율이 높아진 이유는 분쟁조정 과정에서 계약취소·사후정산 방식의 손해배상 도입 등 전례 없는 수단이 동원된 영향이 컸다. 펀드는 손해가 확정돼야 배상이 가능한데, 라임펀드는 늦으면 2025년이 돼야 손해가 확정되는 등 투자자 피해가 장기화될 우려가 고려됐다.

이에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는 지난해 6월 라임 무역금융펀드 판매 과정에서 위법 사항을 적발해 법에 따라 계약 자체를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다. 금융투자상품 분쟁조정 중 최초 사례였다.

이 결정으로 개인투자자 500명과, 법인 58개사가 총 1,611억 원의 투자원금을 반환받았다. 또 손해 미확정 펀드에 대해선 판매사와 피해자의 동의를 얻어 3,548억 원의 배상을 완료했다.

"5대 펀드 완료 후 기타 펀드도 신속 착수"

다만 아직 분쟁조정이 끝난 것은 아니다. 금감원 분조위를 거치지 않은 판매사의 사적화해 규모(6,000억 원) 상당수는 판매사가 투자피해자들에게 '무이자 대출' 격으로 유동성을 지급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유동성 지급은 판매사가 잘못을 인정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금감원은 사후정산 방식에 동의하지 않는 판매사에 대해서 분쟁조정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임 외에 해결해야 될 과제도 수북하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환매연기 펀드 규모는 6조8,479억 원에 달한다. 이 중 라임 이외에 개인투자자가 많았던 헤리티지·옵티머스·디스커버리·헬스케어 등 5대 펀드의 비중이 42%나 차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5대 펀드를 상반기 중 마무리하고 나머지 기타 펀드에 대해서도 신속히 분쟁조정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제재 절차도 아직 더딘 속도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2월 라임에 대해 금융사 제재 중 최고 수위인 ‘등록 취소’ 결정을 내렸지만, 판매사 중 제재가 완료된 곳은 아직 한 곳도 없는 상황이다. 판매 증권사(신한금투·KB증권·대신증권)는 현재 금융위 심의가 진행 중이고, 판매 은행(우리·신한)은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 단계를 거치고 있다.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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