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출 줄 모르고 달아올랐던 서울 아파트값 상승 열기가 이달 들어 한풀 꺾였다. 아파트 매매 물량은 계속 쌓이는데 반해 거래량은 꾸준히 줄어 매도자와 매수자 간 ‘미스매치’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2·4 주택 공급대책’ 발표 이후 공급 확대에 대한 기대감과 최근 공동주택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세부담이 현실화되면서 부동산 시장이 매도자 우위에서 매수자 우위로 전환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1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파트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이날 기준 4만6,048건으로 지난달 21일 4만327건에 비해 14.2% 늘었다. 전·월세를 포함한 총 매물도 같은 기간 7만7,328건에서 8만5,582건으로 10.7% 증가했다.
반면 거래량은 급감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이 집계한 이달 아파트 매매량은 628건(21일 기준)에 그쳤다. 신고 기한이 계약일로부터 30일 이내인 만큼 거래량이 더 늘어날 수 있지만 1월 5,748건, 2월 3,586건에 비하면 감소세가 뚜렷하다. 전·월세 거래량도 1월(1만2,507건)과 2월(9,762건)에 비해 이달은 현재까지 4,583건으로 확연히 줄어들고 있다.
거래가 위축되면서 아파트 매수심리는 4개월 만에 최저치로 누그러졌다. KB부동산의 서울 아파트 주간 매수우위지수는 이달 첫 주 100 이하로 내려간 뒤 3주 연속 하락해 82.4까지 떨어졌다. 80대 지수는 지난해 11월 둘째 주(81.1) 이후 처음이다. 매수우위지수는 0~200 범위 내에서 100을 초과할수록 ‘매수자 우위’, 100 미만으로 떨어질수록 ‘매도자 우위’를 일컫는다.
매수자 우위 시장은 실거래 내역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의 부동산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직전 거래보다 가격이 하락한 거래 건수는 1월 18.0%, 2월 24.9%, 이달 38.8%로 증가했다. 서울 강남권 대표 재건축단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전용면적 84㎡(6층) 매물이 이달 2일 23억2,000만 원에 팔렸다. 지난달 24일 같은 면적 매매가 24억5,000만 원보다 1억3,000만 원 내려갔다.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 전용면적 84㎡(16층)도 지난달 20일 8억3,00만 원으로 신고가를 찍었지만 이달 6일엔 같은 면적(14층)이 7억3,000만 원(14층)에 손바뀜했다. 강남구의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가격이 너무 올랐다는 인식이 퍼져 가격을 조금 내린 매물만 거래가 되고 나머지 매물은 거래가 안 된다”고 말했다. 강북구의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도 “매도자와 매수자가 생각하는 시세가 달라 엇박자가 많이 난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속되는 ‘똘똘한 한 채’ 현상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등의 신도시 투기 여파에 따른 2·4 공급대책 차질 우려 등으로 시장의 안정화를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또 공시가격 인상으로 인한 다주택자의 절세매물이 생각보다 안 풀릴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이미 증여나 매각을 통해 집을 정리한 다주택자가 많다”며 “시장에서는 여전히 한시적 양도세 감면에 대한 기대가 남아 있어 상반기에 팔기보다 버티는 다주택자들이 생길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