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친구가 숨졌어요. 스쿨존 트럭 막아주세요" 초등생의 청원

입력
2021.03.21 16:25
초등학생 사망 국민청원 
사흘 만에 6000명 동의
'민식이법' 적용 구속영장

"제 동생 친구가 초등학교 앞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다 트럭에 치여 숨졌습니다. 스쿨존에 화물차가 다니게 하지 말아 주세요."

최근 인천의 한 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화물차에 치여 숨진 초등생과 같은 학교에 다니는 것으로 추정되는 초등생이 제기한 '스쿨존 내 트럭 통행 금지' 청원이 사흘 동안 6,100명이 넘는 동의를 받았다.

21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따르면 지난 19일 청원이 시작된 '스쿨존에 트럭 다니게 하지 말아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에는 이날 오후 3시 현재 6,100여 명이 동의했다. 글쓴이는 지난 18일 오후 1시 50분쯤 인천 중구 신흥동 초등학교 앞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25톤 화물차에 치여 숨진 초등생 A(10)양이 동생의 친구라고 밝혔다.

그는 "제 동생이 다치거나 제 친구, 1~5학년 친구들이 부상하거나 사망할까봐 무섭습니다"라며 "애초에 학교 앞에 트럭이 왜 다녀요"라고 적었다. 이어 "친구가 죽어서 제 동생은 엄청 많이 울고 있고 피해자 부모님은 마음이 찢어질 정도로 슬플 것"이라며 "제발 동의 한 번씩만 해주세요"라고 덧붙였다.

인천 중부경찰서는 A양을 치여 숨지게 한 혐의로 화물차 기사 B(65)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B씨에게 이른바 '민식이법'인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어린이보호구역 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민식이법은 2019년 9월 충남 아산시 초등학교 앞 스쿨존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김민식(당시 9세)군 이름을 따서 개정한 도로교통법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을 합쳐 부르는 말이다.

경찰 조사 결과 운전기사 B씨는 편도 3차로 중 직진 차로인 2차로에서 불법으로 우회전하다가 사고를 낸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음주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당시 차량 밑에 깔려 호흡과 맥박이 없는 상태로 발견된 A양은 119 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이환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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