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의식 부재 드러낸 외국인 코로나 강제검사

입력
2021.03.2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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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와 인천시가 최근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 코로나19 검사를 강제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가 "인종차별" 비판을 받자 철회했다. 이들 지자체가 내세운 이유는 "외국인 노동자 건강"과 "지역감염 선제적 차단"이었다. 하지만 유럽 각국 대사관들이 "차별적이고 지나친 행위"라고 항의를 한 것은 물론 이주민단체나 서울대인권센터 등의 비난이 쏟아졌다. 급기야 중앙사고수습본부가 나서 "방역으로 인한 차별,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행정명령 철회"를 요청했고,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까지 나섰다.

국제적 망신을 살 만한 강제검사를 서울시와 인천시가 의무 아닌 권고로 바꾼 것은 다행이다. 문제는 경기·경북·전남·강원도 등 다른 지자체들은 이런 비판에 응답도 않은 채 여전히 행정명령을 강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8일부터 보름간 강제검사 명령을 내린 경기도의 경우 시한인 22일이 닥치자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꺼번에 몰려 검사소가 온종일 북적이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최근 외국인 노동자 집단감염이 남양주 등 각지에서 발생해 코로나 방역의 불안 요인이 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효과적인 방역을 하려면 그 같은 집단감염이 어떤 환경에서 발생했는지 짚어 대책을 강구하는 게 먼저다. 단지 외국인이라는 게 검사의 표적으로 삼을 이유가 되어서도 안 되고, 될 수도 없다. 집단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 열악한 노동 환경, 사업주의 방역 대책 미비가 원인이지 외국인이어서 감염된 게 아니지 않나.

마침 21일은 유엔이 남아프리카공화국 인종차별에 반대해 제정한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이었다. 안타깝게도 이 날 제정 이후 60년 가까이 흘렀지만 한인들이 여럿 희생된 최근의 미국 애틀랜타 총기 난사 사건 등 인종차별과 혐오로 인한 불상사는 세계 곳곳에서 여전하다. 인구감소에 따른 노동력 부족 대처를 위해 우리 사회의 이주 노동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이번 사건을 차별 문제에 대해 고민 없는 '행정 편의주의'를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