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막판 KBL '널뛰기 스코어' 속출하는 이유는

입력
2021.03.19 16:21
10점차 경기, 리그 평균 37% 불과
3월 20점차 이상 경기 27%
“연패 당하지 않기 위한 일종의 전략”


창원 LG의 홈 경기가 펼쳐진 18일 창원실내체육관. 3쿼터를 4분여 남겨두고 관중석에 있던 한 어린이 팬이 눈물을 쏟았다. 홈 팀인 LG가 간절한 성원에도 34점 차로 뒤처지며 무기력한 경기력을 보이자 실망해 터뜨린 울음이다. 꼴찌 LG는 이날 안양 KGC인삼공사에 72-105로 대패하며 9위 원주 DB와의 승차가 3경기로 벌어졌다.

남자프로농구가 정규리그 막판으로 치달으면서 대승ㆍ대패 경기가 잦아지고 있다. 이달 전체 경기 절반이 10점 차 이상 벌어졌다. 초반부터 일찌감치 승부가 결정되다 보니 경기 재미가 반감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19일 KBL(한국농구연맹)에 따르면 순위권 경쟁이 본격화된 이달 빅빙의 승부가 속출할 거라 예상됐지만, 결과는 의외다. 18일까지 3월 들어 10점 차 이상 벌어진 경기는 절반인 15경기나 됐다. 올 시즌 10점 차 경기가 전체(233경기)의 36.5%(85경기)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특히 20점 차 이상 벌어진 경기도 26.7%(8경기)나 됐다. '널뛰기 스코어'는 인천 전자랜드와 DB 경기에서 많이 나왔다. 전자랜드의 경우 7, 9일 잇따라 25점, 23점 차 대승을 하더니, 17일 DB전에서 34점 차 대패를 했다. DB 역시 7일 25점 차 패배 이후 14, 17일엔 연속으로 대승을 이끌었다. 공격 위주의 팀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30점 안팎의 대패는 팬들 입장에서 김이 빠진다.

순위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는 6위 이내 팀간 대결도 마찬가지다. 플레이오프 상위권을 차지하려는 팀간 대결로 관심을 끈 3위 고양 오리온과 4위 KGC인삼공사의 지난 6일 경기는 전반에 승부가 갈리며 오리온이 23점 차로 압승했다. 12일 치러진 선두 KCC와 오리온전도 KCC가 일찌감치 승기를 잡으며 91-66으로 싱겁게 끝났다. KCC도 앞서 6일 LG전에선 힘 한번 못써보며 22점 차 완패를 했다.


이처럼 정규시즌 종료를 약 보름 앞두고 들쭉날쭉 스코어가 잦아진 이유를 전문가들은 일종의 전략으로 보고 있다. 경기 초반 승부에서 밀리면 따라붙기 위해 체력을 소진하기 보다는 다음 경기 준비에 들어간다는 설명이다. 김도수 SPOTV해설위원은 “팀간 장단점이 드러난 데다, 체력이 떨어진 시점에서 2연전 등 빡빡한 일정은 어느 팀이나 부담일 수밖에 없다”며 “팀 입장에선 1점차 패배나 30점차 패배나 어차피 1패이기 때문에 연패에 빠지지 않도록 전략적으로 다음 경기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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