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2일 쿼드(QUAD) 정상회의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이 아시아정책의 첫 단추를 잘 끼웠다. 미국·일본·인도·호주 4개국 최초의 정상회의를 열고 공동성명을 채택한 것은 쿼드 진화에 이정표를 세운 뜻도 있지만, 쿼드를 둘러싼 혼선을 상당 부분 해소했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
공동성명은 2004년 동남아와 인도양 연안을 강타한 '쓰나미'에서 쿼드가 시작되었다는 점을 굳이 상기함으로써 쿼드의 성격을 규정한다. 코로나19, 기후변화, 사이버공간, 신기술, 테러대응, 양질의 인프라, 인도적 지원과 재난구호, 해양 관리 등 세계의 당면문제에 대응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고, 이를 위해 백신 개발과 보급, 기후변화, 신기술 등 3개 분야 작업단을 설치키로 했다. 구체적 성과로 미국·일본의 기술·자본, 호주의 생산, 인도의 생산 등 4개국 협업으로 향후 2년간 코로나 백신 10억 명분을 인도·태평양 지역에 보급할 계획이다. 앞으로 적어도 연 1회 외무장관회담을 개최키로 하여, 쿼드 제도화에도 진일보했다. 지난해 10월 도쿄 개최 4개국 외무장관회담에서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중국의 착취와 부패, 강압'에 대항하는 반중전선을 만들자고 하여 공동성명 채택에 실패한 데 비해, 큰 진전이다.
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쿼드의 향후 활동 방향에 관한 두 가지 흥미로운 의견이 미국 학계에서 제시된 바 있다. 하나는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이 포린폴리시에 올린 글이다. 쿼드가 미국의 양자동맹체제와 다자협력체제를 보완할 수 있으며, 특히 해양안보, 공급망, 기술협력, 외교협력 등 4개 분야에서 효과가 기대된다고 했다. 또 하나는 카네기연구소 보고서다. 그동안 쿼드가 군사훈련 등 중국 견제를 위한 안보문제에 집중함으로써 외연 확장에 실패했다면서, 앞으로는 인도·태평양의 공동 도전에 대응하는 데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논의를 염두에 두고 정상회의 공동선언을 보면, 쿼드의 새로운 지향이 드러난다. 쿼드는 '견제와 반대'보다 '공통과제 해결'로 주안점을 옮기고 있다. 전략적 자율성을 추구하는 인도에 맞추어 눈높이를 낮춘 결과일 수 있고, 한국이나 아세안(ASEAN) 등 외연 확장 가능성을 고려한 것일 수 있다. 물론 한결 더 정교하게 짜인 대중전략일 수도 있다. 그러나 중국 관영매체가 연일 '아시아판 NATO'라고 비판하는 것과 달리, 중국과의 관계설정에 변화를 보이고 협력의 공간도 마련하고 있다. 정상회의 결과를 적극적으로 보고자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쿼드 참여를 두고 우리 국내의 논란이 분분하다. 정의용 외무장관은 '투명성, 개방성, 포용성'을 전제로 어떤 협력체와도 같이 일할 수 있다고 했다. 미국이 말하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과 개념이 비슷하나, 차이는 있다. 미국은 2017년부터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하지만, 한국은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쿼드와 실질적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되었다. 쿼드가 설치키로 한 3개 작업반은 우리 국익에 밀접한 연관이 있다. 특히 신기술 분야의 협력과 규범 창출, 희토류 공급망 조정은 우리의 4차 산업혁명 추진에 심대한 영향을 가져온다. 또한 우리가 없는 곳에서 한반도 문제가 논의되는 모양새도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우리가 여기에 참여한다고 해서 중국이 평화적 부상을 못할 이유도 없다.
쿼드는 진화하고 있다. 지향점도, 방법도 바뀐다. 쿼드의 진화가 우리에게 어떠한 기회를 주는지, 그 기회를 살릴 수 있도록 창의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대응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