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인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우수한 개발자들은 연봉이 수천만 원씩 뛰고 주식 매수권(스톡옵션)에 프로 선수처럼 별도의 계약금까지 받는다. 그러다 보니 공무원시험 준비생까지 공부를 포기하고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한 코딩을 배우러 나서고 있다.
과연 모든 것을 접고 코딩을 배울 만큼 개발자 우대 열기가 길게 이어질까. 갓 배운 초보자도 취직이 잘 될까.
여기에는 우려와 긍정의 전망이 엇갈린다. 길게 가지 못할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은 2000년대 초반 불거진 벤처 거품 시절을 떠올린다. 당시 실속 없이 각광받던 벤처기업들이 무너지며 개발자들은 하루 아침에 거리로 내몰렸다. 갈 곳 없던 개발자들은 게임업체나 외주 개발사를 찾아갔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으면 가치 하락이 일어난다. 즉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게 된 것이다.
그렇게 개발자들은 저임금 속에 스타트업들이 늘어난 2010년대 중반까지 ‘잃어버린 10년’을 버텼다. 따라서 지금의 개발자 우대는 하는 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가치가 정상화됐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개발자들이 많이 늘어나면 과거 벤처 거품 시절처럼 가치 하락이 일어나지 말란 법도 없다는 것이 일부의 우려다.
실제로 2013년 미래창조과학부가 소프트웨어 개발자 22만 명을 양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을 때 개발자 모임인 OKJSP는 반대했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신규 개발자들이 과포화될 만큼 양산되고 있다”며 “부족한 것은 개발자 숫자가 아니라 국제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우수 개발자”라는 반대 이유를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스타트업 대표들은 지금의 개발자 우대 현상이 꽤 길게 갈 것으로 본다. 앞으로 스타트업들이 계속 늘어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서비스가 계속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시장이 없어서 과포화 상태였던 과거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 스타트업 대표들의 시각이다.
물론 기업들이 찾는 개발자는 숙련자다. 그렇다고 초보자들이 낙담할 일도 아니다. 지금은 단순 작업을 하는 초보 개발자도 부족하다는 것이 기업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래서 일부 기업들은 인력난 해소를 위해 아예 개발자를 키우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우아한테크코스’라는 개발자 양성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고, NHN과 애플도 각각 올해 안에 국내에 개발자 양성센터를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따라서 스타트업 대표들은 재능 있고 관심 있으면 소프트웨어 개발에 도전해볼 만하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개발자는 고된 직업이다. 소프트웨어도 유행이 있어서 계속 변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새로운 프로그래밍 언어를 공부해야 한다. 그러니 적성에 맞지 않으면 억지로 매달리지 말고 다른 길을 찾는 것이 좋다는 조언이다.
사실 스타트업 대표들은 지금의 개발자 우대 현상이 곤혹스럽다. 우수한 개발자들이 돈 많이 주는 큰 회사로 몰려 구인난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보면 좋은 일이다. 큰 회사에 가지 못한 개발자들은 작은 기업으로 이동하고 초보자들은 스타트업에서 일을 배워 큰 곳으로 옮기는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
무엇보다 개발자들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생산자들이다. 과거의 농부나 공장 노동자, 건설 노동자들처럼 4차 산업혁명시대에 생산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 생산력을 높이는 자원이 많아지면 국가와 산업의 경쟁력은 올라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