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물량이 달려 허덕이는 와중에도 순조롭게 백신 접종을 했던 영국마저 백신 부족 사태에 직면하게 됐다. 인도에서 생산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공급이 지연됐기 때문이다.
18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영국은 인도 세룸인스티튜트(SII)에서 생산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500만도스(1회 접종분)를 받을 예정이었으나 4주 미뤄졌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는 전날 각 지역 보건당국에 서한을 보내 4월에는 백신 공급이 감소할 수 있다고 통보했다. SII는 세계 최대 백신 제조업체로, 영국은 SII와 1,000만도스 구매 계약을 맺었다.
이번 공급 지연 사태는 인도에 백신이 대량 필요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SII 대변인은 “500만도스가 몇 주 전 영국으로 전달됐다”며 “인도의 현재 상황 및 정부의 면역 프로그램에 필요한 조건을 토대로 추후에 더 많은 물량을 공급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아다르 푸나왈라 SII 최고경영자도 “인도의 막대한 필요를 우선시하도록 지시받았다”고 언급하며 미국의 수출 금지로 인한 백신 원료 부족을 우려했다.
영국 정부는 백신 공급량이 줄어들더라도 전체적인 접종 계획에는 차질이 없다고 강조했다. 로버트 젠릭 주택장관은 “우리가 향후 몇 주간 기대했던 것보다는 물량이 줄어들지만 4월이 되면 다시 증가할 거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의 예방접종ㆍ면역 공동위원회(JCVI) 아담 핀 교수도 “공급 지연은 백신 접종이 극히 빠른 속도에서 덜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는 걸 의미할 뿐”이라고 지나친 우려를 경계했다.
영국은 이달에 인도산 백신을 들여온다는 전제 아래 4월 15일까지 50세 이상 모든 성인에게 접종을 완료하고 7월 말까지 18세 이상 모든 성인에게 1차 접종을 마친다는 목표를 세워 뒀다. 하지만 이번 수입 차질로 접종 계획에 미세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왕립일반의과대학 마틴 마샬 교수는 “4월이면 백신을 맞을 거라 희망했던 50세 이하 그룹은 5월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BBC는 “백신 공급망이 얼마나 취약한지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고 지적했다.
옥스퍼드대 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영국에선 17일까지 2,700만명이 백신을 맞았다. 인구 100명당 접종자는 40명으로 이스라엘, 아랍에미리트, 칠레 다음으로 접종률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