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美 안보 투톱에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먼저 꺼냈다

입력
2021.03.1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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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과 만나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강조했다. 전날 두 장관의 강도 높은 북한에 대한 비난 발언을 의식한 탓인지 양국 간 공동 목표임을 재확인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오후 3시부터 50분 동안 청와대 접견실에서 블링컨·오스틴 장관과 만났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양국의 시급한 과제"라 칭하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포함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실현에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고 말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앞서 열린 한미 외교·국방장관(2+2)회담 뒤 채택된 공동성명에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라는 표현은 없었다. '양국 장관들은 북한 핵·탄도미사일 문제가 동맹의 우선 관심사임을 강조했다'고만 했다. 이에 북미 양측이 '한반도 비핵화'의 개념에 합의를 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외교가에서 나왔다.

공동성명과 문 대통령 발언의 '온도차'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바이든 정부가 대북 정책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제시하는 의견과 입장을 대북 정책에 반영한다고 얘기했다"고 했다. 의견이 완전히 조율되지 않았지만 대북 접근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적극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를 거론한 것에 대해서도 미국 외교정책의 우선순위에 북한 문제를 올리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한미는 민주주의와 인권 등 가치와 철학을 공유한다"고 밝힌 것을 두고는 "북한 인권 문제가 논의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블링컨 장관이 전날 북한 인권 상황을 작심 비판했기 때문이다. 강 대변인은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고 선을 그었지만,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한 인권에 대해 한미 양국은 관심을 공유하고 있다. 우리도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관심과 우려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에 소극적이지 않느냐는 시각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미얀마 제재를 언급한 점도 눈에 띈다. 문 대통령은 "평화 시위에 대한 폭력적 진압, 자유에 대한 억압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미얀마 민주주의와 평화가 조속히 회복될 수 있도록 가능한 역할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강조해 온 '가치 동맹'에 한국도 일정 부분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각한 것이다. 미 측은 중국에 대해 "적대적, 협력적, 경쟁적 관계"라고 말했지만, 문 대통령의 반응은 청와대가 별도로 소개하지 않았다. 미중 간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한미일 3각 협력을 위한 한일관계 개선 의지를 밝혔지만 구체적 방법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두 장관에게 '2+2회담 결과에 만족했냐'고 물었고, 두 장관은 "다양한 현안을 논의할 수 있었던 너무나 생산적인 회의였다"고 답했다. 두 장관은 또 이번 방한이 "바이든 대통령의 직접적인 결심에 따른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4월 화상으로 열리는 기후정상회의에 참여를 고대한다'는 메시지를 두 장관을 통해 전달했고, 문 대통령은 "기꺼이 참석하겠다"고 했다.

신은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