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4·7 재보선 서울시장 후보 등록이 시작됐지만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간 야권 단일화 협상이 또다시 결렬됐다. 양측은 19일 마감되는 후보 등록 전에 단일화를 이루겠다고 공언했으나 여론조사 여건상 후보 등록 이전 단일화는 무산된 셈이다.
양측은 각각 후보에 등록한 후 투표용지 인쇄(29일) 전까지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으나 단일화의 의미와 동력은 퇴색할 수밖에 없다. 이미 단일화 시한 약속을 어긴 데다 협상 과정에서 보인 감정 대립 등으로 막판 단일화를 하더라도 양 지지층이 제대로 결합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더군다나 후보를 등록한 마당에선 양측 모두 양보하기가 더 어려워져 단일화 실패에 대한 책임 공방만 벌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날 양측 협상의 결정적 장애로 떠오른 것은 여론조사 시 유선전화 포함 여부였다. 안 후보 측은 100% 무선전화를 주장한 반면 오 후보 측은 유선전화 방식을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여론조사 문구를 두고 실랑이를 벌여왔던 양측이 유무선 비율을 두고서도 줄다리기를 벌인 것이다.
서울시 발전 정책이나 정치 노선이 아니라 고작 이런 사안이 선거 구도를 가르는 중대 변수로 등장한 것 자체가 한국 정치의 구태를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없다. 부동산 값 폭등과 부동산 투기 등으로 여권에 대한 심판 여론이 커지는 터라 야권으로선 반사 이익을 누릴 수 있는 선거다. 하지만 어떤 연대의 정신도 찾아볼 수 없는 이런 식의 정치공학적 단일화 협상에 누가 공감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야권이 벌써부터 오만해진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