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후 혈전이 생겼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대상자는 20대 남성 A씨로, 기저질환 여부는 조사가 진행 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혈전 이상증상으로 신고된 것은 첫 사례, 혈전이 드러난 것은 두 번째 사례다.
유럽은 물론, 우리 방역당국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과 혈전 발생 간의 인과관계는 없다고 거듭 설명하고 있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젊은 20대에게서 혈전 신고가 접수된 셈이다. 혈전은 혈관 속에서 피가 굳어진 덩어리로, 혈전증은 혈전에 의해 혈관이 막혀 발생하는 질환이다.
18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의 설명에 따르면, A씨는 코로나19 1차 대응요원이다. 지난 10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했다. 접종 당일 두통과 오한 증세를 보였고, 증상이 닷새 정도 이어지자 병원에 입원했다. 이 과정에서 두통이 특히 심해 뇌 MRI 검사를 받았는데 뇌혈관 질환인 뇌병변 판정이 나왔다. 병원은 곧 보건소에 신고했고, 방역당국이 마련한 이상반응 신고 시스템에 지난 17일 공식 접수됐다.
박영준 추진단 이상반응조사지원팀장은 “A씨 신고가 접수된 뒤 관할 보건기관에서 기초조사를 하고, 동일 기관에서 같은 백신을 맞은 사람들의 이상 유무를 모니터링한 결과 유사한 이상반응을 보인 사람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A씨는 현재 입원치료를 받으며 안정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적으로 4억 명 이상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했고, 그중 혈전 이상반응을 나타낸 이는 극소수인만큼 백신과의 인과성은 없다는 게 중론이다. 앞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뒤 사망 신고된 60대 환자의 경우 부검에서 혈전 소견이 나왔다. 방역당국은 이 환자의 사인이 백신접종이 아니라 흡인성 폐렴과 급성 심근경색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국내 전문가들도 백신과 혈전이 무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 접종 후 혈전증 발생 빈도가 평소보다 훨씬 늘었다고 하면 상황이 다르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만에 하나 백신에 의한 것이라 해도 100만 명당 1명 정도 발생 수준이라면 백신을 맞는 게 맞지 않는 것보다 이득”이라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임상 데이터를 봐도 혈전증 발생 비율이 높아졌다는 결과는 없다”며 “백신이 혈전증을 유발했을 개연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관심은 유럽의약품청(EMA)의 최종 결론으로 쏠린다. 혈전 문제 때문에 유럽 20여 개국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일시 중단시킨 가운데 EMA가 이 문제에 대한 판단을 18일(현지시간) 최종적으로 내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