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가 멍들고 상처난 두더지?...미국 '인종 차별' 일러스트 논란

입력
2021.03.18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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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음기 모양의 그래미 트로피에 맞아 멍든 이미지로 표현 
"아시아 아티스트 인종 차별" 비판 잇따라
논란 커지자 스티커 제작사 "판매 되지 않을 것"


미국의 일러스트 스티커 카드 제작사 '톱스'가 그룹 방탄소년단을 멍든 두더지로 묘사한 스티커를 공개해 인종차별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17일(현지시간)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14일 열린 그래미어워즈 주요 출연진을 우스꽝스럽게 그린 '가비지 페일 키즈 섀미 어워즈' 스티커 카드 시리즈를 온라인 쇼핑몰에 공개했는데, 방탄소년단에 대한 묘사가 테일러 스위프트와 빌리 아일리시 등 미국 팝스타와 비교해 폭력적이란 비판으로 온라인에서 뭇매를 맞고 있다.

공개된 스티커를 보면 방탄소년단 일곱 멤버들은 두더지게임 속 두더지로 표현됐다. 축음기 모양의 그래미 트로피에 맞아 눈에 시퍼렇게 멍이 들고, 얼굴에 벌겋게 상처가 난 모습이었다.

캐리커처로 우스꽝스럽게는 표현됐어도 스위프트는 그래미 시상식에서 공연한 모습 그대로 표현됐다. 영미권 스타들은 음악적 특징을 부각했는데, 방탄소년단은 음악과는 전혀 상관없는 이미지로 되레 가학적으로 그려지자 '아시아 아티스트에 대한 차별'이란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 스티커는 한인 네 명이 숨진 애틀랜타 총기 난사 사건 등 아시아계 혐오로 추정되는 폭력 사건이 미국에서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나와 더 공분을 샀다.

다른 출연자들은 스티커 하단에 모두 이름이 명시됐지만, BTS 스티커엔 이름 없이 'K팝'이라고만 적혀, 이 대목도 차별이란 지적도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톱스는 SNS에 "방탄소년단 카드 이미지에 대해 소비자들이 화가 난 것을 이해한다"며 "방탄소년단 카드는 판매되지 않을 것"이라고 사과문을 올렸다.

하지만 사과문엔 인종차별로 비칠 수 있다는 회사의 반성이 없어 부적절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도 기사를 통해 '톱스의 인종차별적인 방탄소년단 스티커는 끔찍한 아이디어'라고 문제 삼았다.

인종차별적 스티커로 일각에서 폄하됐지만, 방탄소년단은 이날 미국레코드산업협회로부터 히트곡 '다이너마이트'로 처음으로 더블 플래티넘 인증을 받았다. 더블 플래티넘은 온라인 스트리밍과 다운로드수 등을 별도 수치로 환산, 200만 유닛 이상 팔린 음원에 주어진다.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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