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치핀’은 무슨…中 “한국은 대중 포위망의 약한 고리”

입력
2021.03.18 11:15
中 "일본은 美 속국" 맹공, 반면 "한국은 숨통"
한국의 대중 경제의존, 대북 유화제스처 빌미
中 대사 "美 책임 있는 역할에 동맹국들 의문"

미국의 동맹 한국과 일본을 바라보는 중국의 시각이 판이하다. 일본을 향해 “미국과 결탁한 속국”이라고 맹공을 펴는 반면, 한국에 대해서는 “대중 포위망의 약한 고리”라며 경시하는 듯한 뉘앙스다. 미국은 한국을 “인도ㆍ태평양과 전 세계 평화번영의 린치핀(핵심 축)”이라고 치켜세웠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의 압박에 맞서 한국에서 숨통을 찾는 역설적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최근 두 가지 장면이 중국의 자신감을 부채질했다. 17일 한미 국방장관회담에서 로이드 오스틴 장관은 “북한과 중국은 전례 없는 도전”이라며 중국의 안보위협을 강조했다. 이와 달리 서욱 장관은 ‘중국’을 쏙 뺀 채 “강력한 대북 억제력과 한미 연합방위태세가 중요하다”고 화답했다. 전날 미국과의 외교ㆍ국방장관(2+2)회담에서 일본이 “중국은 정치ㆍ경제ㆍ군사ㆍ기술적 도전”이라고 맞장구를 친 것과 대조적이다.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18일 “한국이 공개적으로 중국에 반기를 드는 것을 꺼리는 건 정치ㆍ경제적으로 대중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라면서 “한국은 중국을 봉쇄하기 위해 미국이 주도하는 아시아동맹과 거리를 둘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 정부의 대북 유화제스처도 중국에는 한미동맹의 허점으로 비쳤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한미연합훈련 재개를 비난했는데도 우리 국방부는 “연례적ㆍ방어적 훈련”이라며 기존의 수세적 입장을 되풀이했다. 다즈강(笪誌剛) 헤이룽장성 사회과학원 동북아연구소장은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정책은 강경해 보이는 반면 한국은 이에 소극적”이라며 “결국 미국과 소원할 수밖에 없는 한국은 한반도 문제를 다루기 위해 중국으로 더 기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한국은 경제와 대북 현안을 놓고 미국이 아닌 중국과 밀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동맹 가치 회복을 내건 미국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한국을 ‘약한 고리’, ‘약점’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이에 중국은 느긋한 표정으로 18일(현지시간) 알래스카에서 열릴 미국과의 고위급회담을 준비하고 있다. 추이톈카이(崔天凯) 주미중국대사는 회담을 앞두고 중국 매체들과 가진 인터뷰에서 “문제가 있다면 미국은 중국과 직접 얘기해야 한다”며 “일부 동맹국은 미국이 국제적으로 책임 있는 이해당사자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다”고 자극했다. 이어 “대화 한번으로 미중 간 문제가 모두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나 환상은 없다”면서 “다만 솔직하고 건설적이며 이성적인 소통의 장을 열어갈 수 있다면 이번 회담은 성공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