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도 국내 원전 가동률이 증가하면서 이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원전 발전으로 수익을 얻는 한국수력원자력의 지난해 실적은 3년 만에 역대 최고 기록까지 세웠다. 일각에선 정부가 탈원전 정책으로 전력 생산단가가 비싼 액화천연가스(LNG)와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늘리면서 공기업인 한국전력의 전력 구매비용 증가로 적자가 증가하자, 원전 가동률을 높여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18일 업계와 정부에 따르면 국제에너지기구(IEA)에 가입된 30개국 중에서 지난해 원전 발전량이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한 곳은 한국을 포함해 중국과 아르헨티나, 슬로베니아 등에 그쳤다. 특히 한국의 원전 가동률은 2017년 71.2%에서 2018년 65.9%로 감소한 이후 2019년 71.6%, 2020년 75.3%로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탈원전 정책을 전면에 내세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이후 연간 원전 가동률이 한 차례 하락했을 뿐, 이후엔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가 한전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 원전 가동률을 다시 올리기 시작한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한전의 전력구입비는 2016년 41조717억 원에서 2018년에 49조9,158억 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그런데 한전의 전력구매 시스템은 단가가 가장 저렴한 발전기에서부터 순차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정부가 원전 가동률을 임의로 조정할 수 없다. 전력단가가 가장 저렴한 원전이 가장 우선적으로 많이 구매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최근에 이어진 국내 원전 가동률 증가는 과거 부실시공에 따른 보수공사 조치가 마무리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설명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6년 6월 한빛 2호기 격납건물에서 철판부식이 발견되자, 국내 원전 전체로 확대 점검을 실시하고 원전 9기에서 철판부식과 13기에서 콘크리트 결함 등 부실시공을 적발해 보수공사에 들어갔다. 해당 조치가 최근 마무리돼 순차적으로 정상 가동에 들어가면서 원전 가동률이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탈원전 정책에도 국내 원전 가동률은 향후 증가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탈원전 단체인 에너지전환포럼의 임재민 사무처장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신규 원전 건설을 중단하고 원전 6기를 건설하려던 기존 계획을 4기만 짓기로 한 게 골자”라며 “원전 설비규모는 2017년 22.5기가와트(GW)에서 2024년 27.2GW로 오히려 증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원전 가동률 상승 덕분에 한수원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3,15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 급증했다. 2017년(1조3,972억 원) 이후 최고치다. 반면 화력발전 위주인 한전 자회사 발전회사들의 실적은 급감했다. 한전에 따르면 지난해 남동발전은 1,074억 원의 적자를 냈고, 동서발전과 서부발전도 각각 817억 원, 68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남부발전은 62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다만 중부발전은 LNG 가동률 증가와 LNG 가격 하락 등에 힘입어 1,004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