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투기의심자 20명 농지 조기 처분하도록" 정부, 실사 나서고 내규 고친다

입력
2021.03.17 18:00


정부가 '투기 의심자'로 지목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20명의 땅을 직접 살펴보기로 했다. 수사와 별개로 정부가 농지법 위반 행위를 따져보고 신속하게 처분토록 하겠다는 의도다. 부당 이익 실현을 막기 위해 빠른 시간 내 내규 수정에도 나설 방침이다.

'LH 사태' 정부 합동조사단장인 최창원 국무조정실 1차장은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투기 의혹이 제기된 LH 직원 20명에 대한 농지 처분 및 부당 이익 차단 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농림축산식품부 주관으로 지자체·관계기관 합동조사반을 꾸려 투기 장소로 지목된 토지를 조사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농지법상 위반 행위가 파악되면 특별수사본부와 관할 지자체에 이를 전달한다.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정부가 실사에 나서는 것은 수사 결과와 별개로 행정 처분으로 토지를 신속히 처분케 하려는 의도다.

농지법 위반 사례가 발견될 경우 지자체장은 '1년 이내 처분' 의무를 부과한다. 이를 어기면 '6개월 내 농지 처분' 명령이 내려진다. 최 차장은 "처분 명령도 이행하지 않으면 매년 이행강제금(농지 토지가액 20%)을 내야 한다"며 "관련 절차를 빨리 진행해 (투기자들이) 기대했던 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해당 직원들이 투기 행위로 부당 이익을 얻지 못하도록 내규를 개정하고 현행 제도는 보다 엄격히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①비정상적 농작물의 식재에 대한 보상을 인정하지 않는 등 감정 평가 기준을 엄격히 적용할 방침이다. ②토지 수용에 따른 보상을 받을 경우 대토(代土)보상(다른 토지로 보상하는 것)을 배제하고 현금 보상으로 한정한다. 토지 보상 대상에서 원칙적으로 제외해 토지를 통한 차익 실현을 차단하겠다는 뜻이다. ③농업 행위 및 실거주 여부를 꼼꼼히 따져 농업손실 및 이주 보상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내규 개정은 조만간 열리는 이사회에서 확정된다. 개정된 내규는 투기 의심을 받는 20명뿐 아니라 LH 전 직원에게 적용된다. 다만 내규 개정이 부당이익 실현을 완전히 막지 못하거나 현행법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어 토지보상법 등 관련법 개정도 검토 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만큼 이번에는 투기 의심자가 발견된 LH에 한정해 내규를 바꾸지만, 향후 국토교통부와 기타 공공기관, 지자체 등에 대해서도 비슷한 조치를 취하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신은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