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 SK반도체클러스터 부지...직원 토지 매입여부 조사

입력
2021.03.17 20:00
2017년 12월 SK사업 제안서 제출 
같은 해 3월부터 양측 물밑작업 해 
시 "주민들은 몰라도 공무원은 알았을 것"


경기 용인시가 SK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서는 처인구 원삼면 토지 거래 현황을 들여다보고 있다. 시청 공무원 일부가 해당 부지나 인근에 토지와 주택 등을 매입했다는 소문이 확산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17일 용인시에 따르면 시는 시청 및 용인도시공사 직원 4,000여 명을 대상으로 SK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서는 원삼면 고당리와 죽능리, 독성리 등 3개 마을과 주변의 토지매입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대상은 사업이 확정된 2019년 3월 기준 5년 전인 2014년 3월부터다. 특히 SK가 시에 사업제안서를 정식 제출한 2017년 12월 이후 매입한 토지의 경우, 그 가족과 직계존비속까지 들여다본다는 계획이다. 다만 상속이나 실거주 목적의 매입은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시가 이처럼 직원을 대상으로 조사에 나선 것은 원삼면에 공무원 소유의 토지가 예상보다 많기 때문이다.

A팀장(6급)은 2017년 중순 SK 사업부지인 독성리에 지인 명의로 밭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청 직원들도 이미 다 알고 있지만 쉬쉬하는 분위기다. 당시 A팀장이 내부정보를 얻어 취득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그가 토지를 매입한 시기는 당시 시청 투자유치과와 SK가 사업부지 선정을 위한 물밑작업이 한창 이뤄지던 때다. A팀장은 당시 투자유치과 소속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2016년 말부터 '원삼에 SK가 들어온다'는 소문이 돌았고, 원삼면 일대 부동산에 현재 사업부지와 일치하는 도면까지 돌았지만 시와 SK 물밑작업은 시청 직원들만 아는 정도였다. 시와 SK의 물밑 협의는 2017년 3월부터 진행됐다.

A팀장 외에도 직원 상당수가 원삼면에 노후대비 별장을 짓는다는 명목으로 SK 사업부지와 인근 토지를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원삼면 일대 토지를 매입한 직원이 생각보다 많다”며 “이 중에는 SK 부지와 인접한 곳도 많아 좌불안석인 직원도 몇 명 있다”고 말했다.

시 조사와 별도로 원주민 이주대책을 요구하며 SK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반대하고 있는 원삼면원주민대책위원회도 최근 용인시 공무원 5명이 해당 부지 내 토지를 매입한 정황을 잡고, 경찰에 수사의뢰한다는 계획이다.

박지영 주민대책위원장은 본보 통화에서 “우리가 경찰이 아니다 보니 누구인지 알 수 없지만, 토지 매입 공무원은 5명 정도”라고 말했다. 이들은 18일 오후 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SK 사업부지 주민공람공고 이전 5년부터 들여다보겠지만 아무래도 2017년 12월 이후 매입자가 대상이 되지 않겠느냐”며 “사업부지는 물론 3개 마을인근 토지까지 모두 전수 조사해 투기 의혹이 나오면 경찰에 수사의뢰할 것”이라고 말했다.

SK반도체 클러스터는 처인구 원삼면 일대에 개발면적 415만㎡, 총사업비 122조 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개발사업이다. 2024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임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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