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오르면 보험사 이득인데… 실손 이어 생명보험료도 올린다고?

입력
2021.03.17 19:00
19면
주요 생보사, 예정이율 인하로 보험료 7~13% 인상
업계 "저금리 현상 이어져 예정이율 인하 불가피"
최근 시장금리 올라 보험사 '잇속 챙기기' 지적도
실손보험 인상 고려하면 커지는 소비자 부담

삼성생명, 교보생명 등 대형 생명보험사가 보험상품에 적용하는 예정이율을 낮추면서 보험료 인상을 예고했다. 이들 보험사가 출시한 상품에 가입하려면 기존 고객보다 약 10% 안팎의 보험료를 추가로 내야 한다.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에 이어 생명보험까지 보험료 도미노 인상으로 소비자 부담 확대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이달 보장성보험 상품에 대한 예정이율을 2.25%에서 2.0%로 낮췄다. 삼성생명 역시 자사 상품 예정이율을 4, 5월 중에 교보생명과 같은 수준으로 떨어뜨릴 계획이다. NH농협생명, 동양생명도 예정이율 인하 행렬에 동참했다.

예정이율은 보험사가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운용해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수익이다. 예정이율이 내리면 보험료는 오른다. 보험사 입장에선 수익이 줄어드는 만큼 보험료를 더 받아야 미래에 보험료를 차질 없이 지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40세 남성 신규 가입자, 보험료 7~8% 인상

예정이율 0.25%포인트 인하에 따른 보험료 인상 폭은 7~13%로 추정된다. 20년짜리 종신보험에 가입한 40세 남성을 기준으로 삼으면 보험료는 7~8% 오른다. 단 보험료 인상을 감당해야 할 고객은 신규 가입자다. 기존 가입자는 보험료 변동이 없다.

보험사들은 저금리 현상이 이어지면서 예정이율을 인하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보험사는 보험이 장기 상품인 점을 고려해 만기가 긴 채권 투자를 많이 하는데, 채권 금리가 낮아 수익을 기대할 수 없어 예정이율을 낮췄다는 것이다.

이번에 예정이율을 높인 보험사 관계자는 “2년 전부터 금리가 많이 빠졌지만 예정이율은 0.25%포인트씩만 떨어졌다”며 “예정이율은 지난해 인하됐어야 할 부분이 이번에 반영된 것이고 1.8% 수준인 장기채 금리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다”고 말했다.

김규동 보험연구원 생명·연금연구실장은 “과거 고금리 때는 예정이율도 높았지만 지금은 시장금리 자체가 낮다”며 “장기적으로도 금리는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금리 오르는데…보험사 ‘잇속 챙기기’ 지적도

하지만 최근 시장금리가 오르고 있어 예정이율 인하가 보험사의 ‘잇속 챙기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지난해 7월 1.36%에서 지난달 1.85%로 올랐다. 국고채 금리 상승 추세가 지속할 경우 보험사 채권 투자 수익이 커져 예정이율 인하의 논거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

예정이율 인하는 올해 보험업계가 모두 따르는 불문율이 아니기도 하다. 푸르덴셜생명은 원화보장성보험 예정이율을 지난해와 같은 2.4%로 결정했다. 푸르덴셜생명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보험료 인상은 고객 부담을 늘리고 판매설계사 역시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게다가 올해 갱신 보험료가 전년 대비 10% 넘게 오르는 실손보험까지 감안하면 보험소비자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실손보험은 신규 가입자만 영향받는 생명보험과 달리 기존 가입자 보험료를 늘린다. 2009년 9월까지 판매된 1세대 실손보험 가입자 867만 명 등이 보험료 인상 사정권이다. 갱신주기 3, 5년을 대입하면 보험료가 한꺼번에 50% 넘게 뛰는 가입자도 적지 않다.

이지우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간사는 “한국은 공적보험 체계가 약하고 사적보험에 기대고 있는 상황”이라며 “저금리 상황이라 보험사가 힘들긴 하지만 신규 가입자의 진입 장벽을 높이는 등 사적보험료를 올리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박경담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