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피해자 등장에 실언할라...이낙연 김태년 "모른다"

입력
2021.03.17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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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로 휘청거리는 더불어민주당이 또 다른 대형 악재를 만났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해자가 17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보궐선거에 대한 민주당의 책임을 정면으로 제기한 것.

민주당이 소속 광역단체장 성추행이라는 귀책 사유를 무시하고 보선에 후보를 공천한 점,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 부른 점, 박 전 시장을 공개적으로 추모한 점 등을 피해자는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 사실을 왜곡하고 상처를 준 정당에서 서울시장이 선출될까 두렵다”며 사실상 ‘민주당 심판’을 호소했다.

‘박원순’이라는 이름이 어른거려 여성·청년 유권자가 등돌리면 서울시장 보선 판세가 야권 쪽으로 기울 것이다. 이에 민주당 지도부는 실언을 걱정한 듯 극도로 말을 아꼈다. 김태년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지금 아무것도 모른다”고 했다. 서울시장 보선 상임선대위원장인 이낙연 전 대표 역시 “내가 잘 모른다”며 답변을 피했다. 여성인 양향자 최고위원이 페이스북에서 “피해자께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피해호소인’이라고 표현한 점도 매우 부적절했고 부끄럽다”고만 했다.

민주당은 이날 저녁에서야 신영대 대변인 서면브리핑을 통해 “다시 한번 피해자 분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당 차원의 공식 사과를 했다. 피해자 기자회견 약 9시 45분만이다. 이 전 대표 등 지도부가 이날 오후 1시 30분쯤 “모른다”는 입장을 밝힌 지 약 6시간만이다. 침묵을 지키던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도 당 입장이 나오고 1시간이 지난 오후 8시 30분쯤 “제가 진심으로 또 사과 드리고 용서도 받고 싶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국민의힘은 ‘성추행 프레임’에 기름을 부었다. 국민의힘 여성 의원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피해자의 회복을 방해하고 고통을 가중시킨 것은 민주당”이라고 비판했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피해호소인 용어 사용을 주도한 남인순·진선미·고민정 의원에게 민주당이 서울시장 선거대책본부의 주요 직책을 맡긴 것은 2차 가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성폭력대책특별위원회는 국회에서 ‘권력형 성범죄 피해자 보호’ 관련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야권의 서울시장 후보들도 가세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페이스북에 “민주당과 (박영선) 후보 캠프에는 피해자를 피해호소인, 피해고소인이라고 불렀던 인사들이 핵심을 차지하고 있다”며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피해자에게 극심한 고통을 준 (박 후보) 캠프 구성원들의 자진사퇴”라고 비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페이스북에 “젊은 피해자의 진정성이 대통령과 서울시장 후보와 ‘피해호소인 3인방’을 무너뜨리는구나, 라는 느낌이었다”고 썼다.

김민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