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암 발병으로 고통 받고 있는 전북 익산시 함라면 장점마을 주민들이 백복인 케이티엔지(KT&G) 사장의 재연임을 반대하고 나섰다. 주민들은 오는 19일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백 사장 선임을 부결하라고 강력 촉구했다.
장점마을 주민대책위원회는 17일 성명을 내고 “암 집단 발병 사태에 대해 백 사장이 보여줬던 모습은 책임 회피와 비인간적인 것이었다”며 “어떻게 이런 인물이 국민연금공단 등이 주주로 있는 기업체 대표가 될 수 있느냐”고 성토했다.
대책위는 “KT&G가 (장점마을 인근의 비료공장에) 공급한 담뱃잎 찌꺼기에서 발생한 발암물질로 주민 33명이 암에 걸리는 피해를 봤다”며 “그런데도 백 사장은 주민들이 2019년 두 차례 상경 집회를 통해 면담과 공식 사과를 촉구한 바 있지만 침묵으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기업체 대표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고, 회사 이익 앞에서는 집단 암 (발생)도 안중에 없다는 것을 느꼈다”며 “환경 참사를 당한 주민들에게 사과 한마디 없는 사장의 재연임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환경부는 2019년 11월 장점마을의 집단 암 발병이 ‘인근 금강농산에서 비료를 만들기 위해 KT&G로부터 사들인 연초박(담뱃잎 찌꺼기) 때문’이라는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비료공장에서 담뱃잎을 불법 건조할 때 나온 발암물질이 암 발병 원인으로 밝혀졌다.
환경부 역학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1년 장점마을에 비료공장이 설립된 이후 2017년 12월 31일까지 주민 99명 중 22명에게 암이 발병했고 그중 14명이 숨졌다. 주민 측은 2018년부터 현재까지 2명의 사망자가 추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재철 주민대책위원장은 “장점마을 주민들은 KT&G 사장 후보추천위원회가 차기 사장 후보로 백 사장을 다시 선정했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참담했다”며 “19일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백 사장 선임의 건이 부결되길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KT&G는 이와 관련 “장점마을 사태에 불법행위를 한 사실이 없고 회사 경영활동은 별개의 사안이다”며 “사장후보추천위는 백 사장이 재임기간 동안 경영실적을 높이는 등 성과와 앞으로 지속성장을 이끌어갈 리더십 등을 고려해 선정했고 선임 여부는 주주 의사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