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밥벌이'는 정녕 형용모순인 걸까. 3년차 목수 이아진(19)은 "나무로 뼈대를 세우는 작업을 제일 좋아한다. 행복하고, 너무 설레고, 빨리 일하고 싶다"며 배시시 웃는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페이스북 본사를 다니다 그만두고 국내 스타트업으로 옮긴 천인우(32)는 "좋은 환경에서의 근무도 즐거웠지만 개인의 성장을 위해 스타트업에서 성공을 일궈나가는 경험을 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안정된 삶을 뒤로 하고, 더 가슴 뛰는 일을 찾아 나선 이들의 밥벌이를 살짝 엿봤을 뿐인데... 왠지 모를 공감과 위로가 찾아온다. MBC 예능 '아무튼 출근!'이 최근 평범한 직장인들 사이서 화제를 모으는 이유다. 지난해 8월 파일럿으로 선보인 후 이달 정규 편성된 '아무튼 출근!'은 세상 가장 궁금한 남의 직장 생활을 브이로그(Video+Blog·영상으로 쓰는 일기) 형식으로 보여주는 신개념 관찰예능이다.
"제가 일하는 걸 찍어서 뭐하시게요? 재미 하나도 없는데..." '아무튼 출근!'에 자신의 밥벌이 일상을 내어준 일반인 출연자들의 공통된 첫 반응이었다 한다. 이 프로그램을 연출한 정다히 PD는 18일 한국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익숙한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 관찰예능이라 걱정이 많았는데 오히려 많은 분들이 자기 이야기처럼 공감해주셔서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요즘 것들'의 고민을 정확하게 대변하고 있는 출연진 면면이 공감을 산 덕분이다. 이를 테면 천인우는 이직이 화두인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 나이대를 대표하고, 고교 졸업 후 입사해 연금 전문가로 활약하는 9년차 은행원 이소연은 '대학 진학이냐, 취업이냐' 갈림길에 선 이들에게 실마리를 던져준다.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것도 장점. "저 사람도 나와 다르지 않구나" "돈 벌기 참 힘들다"는 동질감을 세대 불문 느끼게 한다. '아무튼 출근!'의 MC 김구라(51)는 "(부모 세대로서) 요즘 애들 많이 애쓰는구나, 쉬는 시간에도 자기 걸 찾으려고 노력하는구나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한 평도 안 되는 좁은 공간에서 홀로 126㎞ 구간을 오가는 공항철도 기관사 심현민(32)의 일상을 통해 모르고 넘겼던 곳에서 묵묵히 자기 일을 하는 이들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도 묘한 재미를 줬다.
다만 직장인과 불가분인 조직내 애환과 고충을 다루는 데는 무딘 편이다. 오후 6시 자동으로 사내 컴퓨터가 꺼지는 직장에서 일하는 한 출연자의 경우 퇴근 1분 전 들어온 업무 요청에 노트북을 꺼내 일하는 장면이 비춰지지만 화면에선 에둘러 넘어간다. 정 PD는 "신랄하게 담지 못한 아쉬움이 좀 있다. 그러자면 누군가 악역을 맡아줘야 하는데 일터를 기꺼이 공개해준 출연자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 고민이 많다"고 설명했다.
'아무튼 출근!'은 대기업부터 스타트업, 프리랜서, 전문직까지 다양한 직업군을 총망라하고, 전통산업부터 첨단산업, 사무실부터 현장까지 다양한 일터를 비춘다. 필요한 경우 보충 촬영을 하지만 기본적으로 출근부터 퇴근까지 하루 동안 모든 촬영을 마친다. 정 PD는 "초반엔 예능적 재미를 주느라 변주된 형태의 직장인이 많았다. 하지만 대부분이 멋있는 사무실에서, 수평적 문화 속에서 일하지 않는 만큼 앞으론 '찐회사원', 친숙하고 오래된 기업들도 많이 만나보고 싶다"고 전했다.
어디선가 1인분의 삶을 살아내고 있을 누구나 '아무튼 출근!'이 건네는 작은 위로를 누릴 자격이 있다. "오늘도 출근하셨나요? 하루를 견딘 당신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