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이란이 2020년 미국 대선에 개입하려 했다는 미 정보기관의 보고서가 나왔다. 러시아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이란은 낙선을 위해 공작을 시도한 점이 눈에 띈다. 당초 미 대선에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점쳐졌던 중국이 잠잠했던 것도 특징이다.
미 CNN방송은 국가정보국(DNI) 산하 국가정보위원회(NIC)가 기밀해제한 ‘2020 미국 연방 선거에 대한 외국의 위협’ 보고서를 인용, 러시아 정부가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하’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원’하는 작전을 폈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와 반대로 이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을 방해하려 했지만, 그렇다고 바이든 대통령을 적극 지원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대리인’을 내세워 영향력 행사를 꾀했다. 보고서는 “모스크바 전략의 핵심 요소는 러시아 정보기관과 연결된 대리인을 활용해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오해의 소지가 있거나 입증되지 않은 주장을 펼치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2016년 대선 때 썼던 해킹 방식은 사용하지 않았다. 보고서는 “2016년과 달리 선거 인프라에 접근하기 위한 러시아의 사이버 행동을 포착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란은 임기 내내 부딪쳤던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을 막으려 애썼다. 이란이 선거 과정 및 정부기관에 대한 미국민의 신뢰를 악화시켜 사회 분열을 조장했다는 게 정보당국의 판단이다. 당국은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줄곧 주장했던 중국 방해론에는 선을 그었다. 보고서는 “중국은 (대선에) 간섭하려는 노력을 실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NIC는 러시아ㆍ이란의 대선 개입 시도가 선거 결과를 바꾸지는 못했다고 결론 내렸다. 보고서는 “유권자 등록이나 투표 용지, 투표 과정 등을 포함해 지난해 대선에서 투표의 기술적 측면을 변경하기 위한 외국의 행동 징후는 없었다”고 못박았다. CNN은 “대선 직후 국토안보부의 발표와 같은 결론”이라고 전했다.